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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수고 아님 주의

    욕조 하수구의 테두리가 하얀색이예요. 시공사는 왜 하필 하얀색을 골랐을까 싶다가도, 조금이라도 누렇게 때가 끼면 바로 알아보고 청소할 수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늘 아침 그게 훌러덩 벗겨졌어요. 테두리가요. 어떻게 하수구 테두리색이 벗겨질 수가 있나, 즉시 A/S감이라며 자세히 들여다 봤죠. 실제 하수구 마개는 광택이 나는 스텐리스 스틸 재질이었고요, 하얀 건 입주 전 긁힘이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마감테이프였어요.

    마감테이프를 완전히 벗겨내니 반짝거리는 하수구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러니까 저는 새 집에 들어와 반 년이 넘도록 하수구 주위의 마감테이프를 덮어 둔 채로, 하얀색이 누래질까 깨끗하게 닦아가며 사용해 온거죠. 여태 대체 뭘 한 건가.. 잠시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어요.

    그런데 문득, 그 동안 욕조를 깨끗이 사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저의 태도와 입장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상기했어요. 그게 뭐든 간에, 저는 깨끗하게 쓰고 싶었고, 그에 맞는 노력을 기울여 온거죠.

    아무래도 ‘헛수고’는 이런데 붙이는 이름은 아닌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