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쁜 2025년 다이어리들
요즘 서점에 가면 예쁜 2025년 다이어리들이 넘쳐납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것들만 대충 집어도 대여섯권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2025년이라고 쓰여있고 그 안에 각 월, 일이 기입되어 있는 다이어리를 제가 1년 동안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어요. 1년 짜리 다이어리를 완전히 채우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형식에 묶이는 게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니 예쁜 다이어리들을 괜히 들었다 놨다 구경만 실컷 할 뿐이지요.
저는 일지 기록은 대부분 디지털로 하고 있어요. 개인용은 주로 옵시디언에, 업무용은 회사 업무 플랫폼인 Office365 OneNote를 쓰죠. 거기에 추가로 작은 노트를 늘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거기엔 정해진 형식으로 나날의 기록을 하기 보다는, 머리를 비우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디지털로 기록을 충분히 하는 편이라 앞으로 노트는 아예 쓸 일이 없겠구나 싶던 때도 있었는데요. 어느 날, 인스타 재수님의 계정에서 하루에 무조건 3장을 쓴다는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고, 그게 은근 손에 익어버렸네요.
티끌 모아 1년 다이어리
이 손글씨 노트는 저와 저의 대화라고 해도 되고, 두서없이 막 떠오르는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언뜻 지나가는 생각을 적어두면 오래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적어둔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도 있더라고요.
노트에 생각을 적는 것 외에도 월별 캘린더를 그려서 쓰고 있는데 한 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갖추는 최소한의 형식인거죠. 옆에 그 달의 간단한 to-do도 적어 굵직한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고요. 1년짜리 다이어리를 쓰는 대신 찾은 방법이랄까요. 그리고 다 쓴 노트는 예를 들면 ‘2023년 11월~2024년 02월’ 이런 식으로 적어 보관하고요. 모아두면 1년 다이어리인 셈이예요.
로이텀1917 포켓 하드커버
손으로 노트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 동안 집에 쓰다가 던져둔 노트에 남은 부분에 필기를 이어 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쓰다 만 노트들이 꽤 많았거든요. 그걸 다 쓰고 이제는 새 노트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쓰던 몰스킨은 만년필이 너무 번지고 비치는 문제가 있었어요. 한 2년 전부터 로이텀1917을 사용하고 있는데 펜의 종류에 상관없이 비치지 않아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트도 로이텀으로 했어요. 휴대하기 좋게 포켓사이즈를 골랐죠. 작은 노트라도 하드커버가 지지를 잘 해주어 손에 들고 쓸 때도 편리해요.
예전엔 필통을 갖고 다녔는데 써보니 자주 쓰는 펜 외에는 무겁게 들고만 다니게 되더라고요. 다만 펜만 한 자루 가지고 다니려니 가방에 잉크가 이리저리 묻을 것이 조금 염려는 되어요. 그래서 어떻게 펜을 고정해볼까 하다가 펜 클립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철제 클립은 소프트 커버에는 쓰기가 좋았는데, 하드 커버엔 너무 딱딱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고무밴드형을 붙여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보니 예전의 저라면 쓸 상상도 못 했을 그런 노트예요.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저기에 대체 뭘 적는단 말인가’라며 전혀 이해하지 못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놓을 저만의 대나무숲이 늘 지근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참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