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이모댁

  •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베지 않은 벼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중부보단 산이 푸르네 싶었지만 집집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을 보면 가을은 남쪽에도 와 있음이 선명했습니다.

    몇해 전, 술을 못 하는 이모께서 이건 맛있더라 하신 와인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두어병 가져가서 함께 나누었는데 숙모들까지 좋아해 주셔서 고작 으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으쓱했던 마음 머쓱하게, 집안 어른이 많은 곳에 있으니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큰애기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보험의 복잡한 사정으로 제가 운전할 수 없는 차에 내내 실려다니거나, 진한 국물의 국밥을 맛 보거나, 구수한 소고기와 전어회가 빛났던 저녁, 제가 쓸 수 있게 늘 준비된 침대, 저를 꼭 먹이겠다고 별러왔다는 매운탕, 그리고 한아름 받아온 대추와 홍시까지… 그 어느 것도 제가 스스로 구해야 했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끔 무거운 것을 들어드리는 것으로 철든 척을 해보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익숙한 몸놀림으로 크고 작은 배려를 턱 턱 내놓는 그 손길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 것 까지 숨길 수는 없었죠.

    밖에서는 어찌 알아서 살아가든, 당신들 곁에 있을 때만은 밖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기대게 해 주는 그 몸짓에는 어떠한 가식도, 거리낌도, 거추장스러움도 없었습니다.

    비빌언덕이 최고구나, 씩 웃으며 잠시 힘을 빼고 슬쩍 기대본 기억으로 언젠가 저도 숨쉬듯 배려를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