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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잔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 하면 이란의 유적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그래픽노블 <페르세폴리스> 입니다.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 출신의 프랑스인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만화는 중간톤도 없이 흑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선지 읽는 동안 그림을 보면서도 상상의 여지가 많다고 느껴져요.

    이야기는 이란에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면서 시작합니다. 부유하고 자유롭게 살아오던 사트라피의 부모님은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하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시위에 나가고 몰래 사진을 찍어오곤 하죠. 히잡 착용 문제로 길에서 싸움이 벌어지더니 나중엔 학교에서 종교에 대한 강요도 합니다. 후에 무리한 전쟁으로 주변 사람들도 다치거나 죽기도 하죠.

    다행히 사트라피 부모님은 부유했던 덕에 가끔 몰래 파티를 열거나 터키에 다녀오면서 불법이 된 기념품을 사오기도 하는데요. 나중에 마르잔을 비엔나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부부는 이란에 남습니다. 가정환경 덕에 해외에서의 부당한 간섭이나 차별도 당차게 대처하지만, 성장기에 고독하고 어려운 삶을 보낸 것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시기가 마침 윤석열의 계엄 발표 후 헌재에서 변론이 오가던 때였기 때문에,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우리도 비슷한 악화일로의 환경에 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기각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받을 뿐더러 당장 생명을 위협받겠죠.

    정부에서 대놓고 탄압을 하기 시작하면, 길거리에서 히잡같은 복장을 이유로 아는 사이에도 언성을 높이고, 그 전에는 누구에게나 주어졌던 자유로운 행동을 누군가 밀고를 하고, 누명을 씌우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속을 하는 일이 생기죠. 이란정부는 급기야 이라크와 전쟁을 선포하고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윤석열이 북한을 타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끔찍합니다.

    전쟁을 묘사한 것 중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소년을 징병하며 사후세계를 선전하는 것이었어요. 그게 놀라웠다기 보다는, 그런 선전이 가난한 동네에만 뿌려졌다는 사실이 전쟁의 참혹함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비엔나로 향한 마르잔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보호자의 부재, 또래와의 복잡한 관계 등으로 점철된 어려운 10대를 보냅니다. 혁명 때문에 가족과의 단란한 삶을 잃고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된 마르잔을 보면서, 이란을 떠나서 다행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평온한 이란에서 현명하고 재치있는 할머니 가까이 오래오래 살았을 마르잔을 상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