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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새로 시작한 것들

    한달 전에, 새해 계획을 떠올려보자는 이야길 했었어요. 바로 다음 날, 비상 계엄과 그 해제가 있었고, 오늘 윤내란의 체포는 시도로만 끝나고 말았죠. 한달을 통째로 빼앗긴 기분이지만, 이 난리통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겠죠. 다음 체포 시도는 공수본이 좀 더 준비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잠깐 집중해 봅시다.

    올해도 안 끝났는데 웬 새해 계획

    저는 새해 계획을 12월에 시작해서 1월에는 안정적으로 해나가는 편이예요. 왜 12월인가 생각해봤는데요. 네덜란드에선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이고 연말이다 보니, 웬만한 중요한 업무는 12월 초면 마무리가 되거든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의 특성상 크리스마스 파티도 중순 전에는 끝나고,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1-2주 정도 휴가를 내는 일도 흔하고요. 저도 파리나 런던으로 짧에 여행을 가긴 하지만 밀린 집안일을 하며 조용히 쉬는 날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렇게 차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12월에 새로운 걸 시작하게 되었고, 그게 일종의 습관처럼 자리잡은 것 같네요.

    그래서 12월에 뭘 새로 시작했나. 언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고, ChatGPT 세팅을 했고, 독서 기록을 업그레이드 했고, 운동을 매일 하고 있어요. 하나씩 가봅시다.

    언어

    말로만 듣던 듀오링고를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저는 이탈리아가 참 좋더라고요. 풍광도 멋지고 음식도 맛있지만, 캐주얼하게 친절한 사람들이 너무 좋습니다. 갈 때마다 ‘와, 나 이탈리아어 배우고 싶어!’라고 말은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죠. 최근에 주변에 듀오링고 시작했다는 친구와 동료들의 말이 생각나 저도 냅다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이탈리아어를 처음부터 배우고, ‘안녕’이 이탈리아어로 ‘살베’라는 걸 배우고는 방방 뛰었습니다. 이렇게 소담스러운 ‘안녕’이라니…! 오래 전에 배웠지만 활용도 부족으로 시들해져 가는 스페인어도 넣고, 소위 ‘짬밥’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네덜란드어도 넣었지요. 하루 몇분 짬을 내어 읽고 듣고 말하고 씁니다. 대충 읽어서 문제를 틀리는 버릇은 여전하네요! 틀릴 때마다 주어진 하트 다섯 개는 하나씩 사라지고 모두 잃어버리면 회복될 때까지 몇 시간은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하트 넘나 소중… 같이 하실 분은 친추 해주세요. 제 아이디는 @Ryubary 입니다.

    ChatGPT

    전에 노션에 주어진 AI 기능을 가끔 쓰고, 블로그를 하면서 워드프레스에서 제공하는 AI 이미지 생성을 몇 번 써봤죠. 그런데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데 친구가 ChatGPT에서는 대화가 쌓인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 때는 별 생각없이 넘어갔는데, 조금 지나 그게 자꾸 생각나지 뭐예요. 그래서 내 삶에 생성AI를 조금 더 가까이 둬보자는 생각에 가입을 하고, 제 맥북의 AI에 ChatGPT 연결도 해두었습니다. 매일 쓰는 건 아니지만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냥 검색보다는 가급적 AI와 의논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독서기록 업그레이드

    연말에 제가 한 독서 기록을 둘러보다가, 이걸 모아서 파일로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애플 넘버스에 읽은 책과 날짜, 별점 등을 모아 리스트를 만들고, 페이지에 그 리스트와 그간 모아둔 밑줄을 합쳐 전자책을 만들었죠. 페이지는 처음 써보는 거라, 익숙하지 않은 페이지 기능은 ChatGPT와 상의해서 활용했답니다. 뭔가 혼자 학예회를 하는 느낌도 들고 재밌더라고요. 올해도 책을 읽은 기록은 잘 모아두었다가 이렇게 저만을 위한 전자책으로 만들어볼까 해요. 2024년엔 갑자기 생각나서 있는 자료 긁어 후닥닥 만들었으니, 올해엔 조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래 pdf 버전으로 사본을 올려둘테니 관심있는 분들은 구경하세요.

    운동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것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한 가지 조금 불편한 것이 운동이 루틴으로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수영을 열정적으로 다니긴 하지만 중간에 부득이하게 빠지는 시기도 있거든요. 수영이 늘면서 걷기와 달리기가 부담스러운 운동으로 변해가는 것도 느껴지고… 해서, 한동안 걷기를 부쩍 늘려보기로 했습니다. 실천을 하려면 방식이 간단해야겠죠. 수영을 하는 날은 수영을 마친 후 2km 정도의 거리를 걸어 돌아오고, 수영을 하지 않는 날엔 5km 정도 되는 동네 산책로를 걷기로 했어요. 동네엔 산책로가 다양하게 있지만, 습관이 잡힐 때까지는 같은 루트를 반복하려고요. ‘오늘은 어디로 갈까’를 매번 생각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 걷기 그 자체에 몰빵해보렵니다. 최종 목표는 달리기를 다시 루틴으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서두르진 않을래요.

    이렇게 소소하게 단순하게 시작하는 일들이, 시간이 지나 무언가가 되어있는 걸 보면 너무 기쁘겠죠. 작년에 수영이 그랬듯이, 올해도 작은 열매를 맺어보기를 기대합니다.

  • 수영도 역시 장비빨?!

    지난 번에 수영 강습을 하기까지의 기나 긴 여정에 대해 말씀드렸죠. 오늘은 수영 전에 필요한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영에 홀랑 빠진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수영 강습을 등록하고 나면, 강습은 대략 일주일 후에 시작합니다. 너무 기다려서 그런지, D-day는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어요. 아아, 어서 수영을 배웠으면…! 한편, 인생은 장비빨 아니겠습니까. 브라우저엔 온통 수영복의 종류, 수영 초급자 수영복 추천, 수영복 리뷰, 등등을 띄워놓았죠. 내일 배송, 당일 배송 등을 재가며 오늘 결정해야지, 아니 내일 결정해야지,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영장 길 건너에 수영복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바로 이거다! 결국 내일 배송과 당일 배송의 마지막 기회를 모두 놓친 저는 첫 강습 바로 전날 수영장에 사전답사(!!)라는 것을 가면서 길 건너 수영복 전문점에 가서 수영복도 사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전향했습니다.

    수영장

    제가 아홉 살이 되던 해에 수영 강습을 듣고 한 달 만에 때려친 후로, 저는 강습을 받는 수영장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습니다. 로테르담에 살 때 동네 산책을 하다가 문이 열려있던 동네 수영장을 한 번 흘낏 본 게 전부 아닐까 싶어요. 검색을 해봤지만 프라이버시 등등의 문제로 수영장 내부의 사진 자료는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견학을 한 번 해 봐야지. 수능 전 날도 고사장 답사는 하지 않습니까. (응?) 시립체육센터로 들어가 수영장이 있다는 2층으로 냅다 올라가 보았습니다. 여성 탈의실이라는 표시를 따라 들어갔어요. 들어가자마자 늘어선 신발장.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신발을 신고 탈의실을 간다고는 상상할 수 없겠죠. 저는 신발을 입구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신발장을 지나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 탈의실, 아 대형 선풍기, 아 동네 목욕탕…? 아마 그 목욕탕, 아니 샤워장을 지나면 수영장이 나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수영장 입장을 위한 시퀀스는 마스터했다는 기분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나왔죠. 3층으로 올라가니 수영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작은 카페가 있었어요. 눈 앞에 파아란 수영장 레인이 뻗어있고요. 내일이면 저도 저기서 발을 참방참방… 이렇게 신날수가.

    장비빨

    짧은 견학은 이 정도로 하고 길을 건넜습니다. 다음은 장비빨을 쎄울 차례. 왠지 찻길에서 돌아앉은 수영복 전문점에 어찌어찌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벽에는 온통 수영복이 걸려있고, 전문점 사장님은 아주머니들 여럿을 응대하고 있었어요. 구석에서 조용히, 나름 매의 눈으로 수영복을 스캔합니다. 하지만 뭘 알아야 고르죠. 포기하고 아주머니들이 구매를 마치고 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물론 진지하게 수영복을 이모저모 따져보는 척 하면서 말이죠.

    수영복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수영복 사려고 하는데요. 초급 강습 처음 들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장님께선 초급은 이 쪽이 잘 나간다며 골라보라고 합니다. 어차피 수영장 물에 염소 농도가 높아 수영복의 주 재료인 라텍스가 삭게 마련이고, 결국 6개월 이상은 못 입는다면서요. 어깨끈은 11자 아니면 X자인데 아주머니들은 등살이 울룩불룩 나오기 때문에 보통 11자로 시작하다가도, 수영 실력이 늘 수록 고정력이 좋은 X자로 옮겨간다고 설명을 해주십니다. 저는 11자 어깨끈이 달린 수영복 원피스에 가슴패드를 추가했습니다. 수영 좀 하다보면 가슴패드 따위 다 떼어 버린다고 많이 아시는 사장님이 설명을 또… 수영 다니면서 비키니라인 따위 신경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원피스는 5부 길이로 선택했습니다. 색상은 네이비, 단색은 또 너무 심심한가 싶어 어깨 부분에 무늬가 약간 들어간 모델로 순식간에 정해버렸죠. 수영복 수명이 짧으니 앞으로도 이것 저것 입어보겠구나 하는 생각에요.

    수모

    수영장에선 수모를 꼭 써야만 합니다. 수영장에 머리카락이 해초처럼 굴러다니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겠죠. 실리콘 재질과 천 재질이 있는데, 실리콘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아서 천으로 골랐습니다. 양쪽에 크고 멋드러지게 ‘Swim is my life’라고 써있어서 초보가 떠는 허풍으로는 최고인 것 같았죠.

    수경

    수경도 필수입니다. 이게 왜 필요한지 몰랐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보니 물 속에선 잠시도 눈을 못 뜨겠더라고요. 많이 아시는 사장님께서 또 지식을 전파해 주십니다. 국산과 수입이 있는데 초급은 그냥 국산 쓰면 된다, 큰 차이는 없고 수입 수경의 코팅이 조금 더 오래 간다고요. 그리고 수경을 닦겠다고 안쪽을 손으로 문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코팅이 바로 벗겨진다고 합니다. 수경에 맺힌 물방울은 탁탁 털어내기만 해야 한다고요. 손가락이 좀 닿았다고 벗겨지는 코팅이라니 믿을 수 없는 내구성이지만, 굳이 망가뜨릴 필요 있나요. 요즘도 열심히 털고 있습니다.

    TMI…

    수영복 중에 소매가 있는 모델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아예 취급을 하지 않으신다고 했습니다. 뉴스에서 래시가드 몇 번 때린 후로 반품이 줄을 서서 곤욕을 치르셨다나요. 그리고 오전 아홉시 수업이 아줌마들이 기가 세다고, 조심하라고도 알려주십니다. 글쎄 여기까지 듣고 보니 사장님께서 수영을 한 번이라도 해보진 않으셨겠다는 생각에 이렀습니다.

    정작 집에 와서 보니 엄마가 운동하면서 쓰던 수모, 이탈리아 여행 중에 야외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 샀던 수모 등등 해서 수모 부자였습니다. 그 중에 하나 골라서 쓰기로 했어요. 게다가 ‘Swim is life’라고 주접을 떨던 그 수모는 집에 와서 보니 재질이 실리콘인 것이 발각되어… 첫 날 강습을 듣고 나오는 길에 반품하였습니다.

    제 인생의 첫 수영장비는 이렇게 얼레불레 마련했네요. 가끔 다음 수영복은 뭘 입어볼까 하고 수영장에서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어떻게 몸을 띄우고 발차기를 더 잘 해볼 지만 궁리할 따름이지요, 핫핫핫?! 강습시간 내내 물에 들어가 있고, 부지런히 발차기를 해서 물보라를 만들다 보니 수영복 따위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실 숨 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혹시 다음 달, 첫 강습을 앞에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저 넉넉한 사이즈의 편한 장비를 고르시길. 입고 보니 제 장비들은 모두 아주 살짝 끼더라고요. 염소 듬뿍 수영물에 어서 좀 늘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 달리기

    아침에 나가 냅다 달리기

    어서오세요.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되었나요? 잠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볼까요. 그리곤 더욱 깊게 포옥 내쉬어 보세요. 한 번 더. 크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고. 약간 마음이 열리는 것 같지 않은가요?

    지난 토요일은 맑은 하늘과 햇살이 예보된 날이었습니다. 일어나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커튼을 열었는데 맑은 하늘은 커녕, 창밖은 온통 안개가 자욱하더군요. 커피 한 잔 하며 어떻게 할 지 잠시 생각하다가, 곧 운동복을 주섬주섬 꺼내었습니다. 기능성 긴팔 티셔츠에 긴바지, 몸을 따뜻하게 해줄 겨울용 러닝자켓, 스포츠 양말까지 신으면 준비 끝. 생각은 짧게할 수록 좋습니다. 나가서 달릴까 말까라는 세상 진지한 고민이 뼈대에 살을 붙이기도 전에 얼레불레 나가는 것이 전략입니다.

    안개 때문인지 공기가 차서 지퍼를 턱밑까지 올렸습니다. 처음 달릴때는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마음이 듭니다. 끝까지 잘 달려야 할 텐데.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뎌봅니다. 숨이 너무 빨리 차는 것은 아닌지 살핍니다. 평소엔 공원이 시작되는 1킬로미터 지점은 가야 몸이 풀린 기분이 드는데 이 날은 왠일로 그 반쯤부터 벌써 제법 달리고 있었습니다. 안개로 운치를 더한 동네 수로를 찍으며 잠시 숨을 골라봅니다.

    어라, 몸이 왜 가볍지? 하며 또 한 발, 한 발 디뎌봅니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달리지 않기 때문에 어디가 갑자기 아플지 모릅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속도를 낮추고 몸을 풀고 편한 자세를 찾습니다. 이 날은 왼쪽 발목이 당첨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속도마저 붙어 내심 놀랐습니다. 혹시 전 날 목욕을 해서 몸이 부드러워졌나? 요즘 마시기 시작한 프로틴쉐이크가 가속 엔진 역할을 하나? 이유가 궁금한 저는 잘 해도 문제이죠.

    총 4킬로미터를 달리고 집에 돌아오니 이웃집 할머니가 집 앞 자그마한 텃밭에 핀 꽃을 보러 나와 계십니다. 차 한 잔 하겠냐고 하기에 넙죽 그러겠다고 따라 들어가 차랑 부활절 쿠키를 얻어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상 그대로 이루어지는 달리기란 없습니다. 이 날도 그렇죠. 원래 안개대신 해가 날 예정이었죠. 다리에 이렇게 힘이 붙을 줄은 몰랐죠. 끝에 맛난 차와 쿠키까지. 계획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일단 나갔고, 매우 기쁘게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달릴까 말까 주저된다면, 너무 멀리 자세히 계획하는 대신 마음을 열고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예상 못 했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