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어떻게 하면 독서량을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다음 세 가지를 떠올렸었죠. 1. 짧은 글을 2. 매일 3. 하루 중 일찍 읽자고요. 그로부터 반년 정도가 지났고 제 독서 습관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 세 가지 말고도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매달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예요. 2월 포스팅을 의식이라도 하듯 3월에는 단편 위주로 꾸역꾸역 읽다가, 4월엔 이사 등을 이유로 손을 놓다시피 했어요. 5월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죠. 그러다 6월에 독서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제주도에 사는 오랜 친구네 놀러 갔는데요, 그 친구의 거실 벽면은 책으로 가득했어요. 낮 동안 밖으로 놀러 다니다가도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책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흥미로운 책을 하나씩 꺼내보게 되었죠. 여행 중이니 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웹툰 모음집을 저녁마다 한 권 씩 읽었어요.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가볍게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참 좋았고요. 책을 덮고 잠을 청할 때면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를 읽게 될까하는 기대를 하게 됐어요. 친구네 집에서 묵는 단 며칠간 1일 1권을 했던 경험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다시 깨워주었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사는 환경은 친구네와는 많이 달랐어요. 거실 벽에 책이 가득하기는 커녕, 제가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던 탓에 집에 있는 책들은 다 오래 전에 읽은 것들이었고요.
물론 저도 저만의 책장이 있긴 해요. 리디앱이나 아마존 킨들앱에요. 하지만 거기엔 제가 예전에 사서 읽은 책, 또는 지금 읽으려고 사는 책이 대부분이라, 막상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그럼,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책을 골라볼 수 있는 환경은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전자도서관이요. 전자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가입을 하고 앱을 깔아 로그인을 하면 수 많은 책이 대출을 기다리는 그 곳 말이에요. 전자도서관에는 아직 동네 도서관만큼 책이 많지는 않지만, 점점 전자책 출판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만큼 전자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신간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집에서 바로 대출해 볼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이예요.
다시 2월의 궁리로 돌아가볼까요? 짧은 글을 매일, 일찍 읽어야 많이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저의 기대는 이제 반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세 가지를 합한 것과 책의 접근성이 거의 같은 비율로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책이 있어서 사모으거나, 책을 소장해야 읽을 맛이 난다는 분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것이 부담이 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도서관 또는 전자도서관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비용과 공간을 아끼면서도 다독으로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을 거예요.
올해는 류츠신의 삼체로 새해를 시작했어요. 12월에 1권을 읽기 시작해 1월엔 2권을 끝냈죠. 문득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니 열두 권이 나오네요. 망했네요. 작년 이맘때 그래도 여덟권은 읽었거든요.
물론 작년엔 초반에 달리다가 중후반에 느려진 편이었으니, 올해는 초반에 느슨했다가 나중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요, 장사 하루이틀 합니까. 제가 저를 좀 알거든요.
책이란 게 류츠신의 삼체처럼 두꺼운 책은 좀 더 오래 걸리고 헨리 빔 파이퍼의 헌터 패트롤 같은 단편은 금방 읽고 그렇지만요, 그런건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 말기로 합니다. 또 독서의 질이 중요하지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있죠. 하지만 양이 따라줘야 질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니 최대한 단순화 해볼게요.
그래서 곰곰이 궁리를 합니다. 아무튼 작년보단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 대략 세 가지가 떠올랐어요.
첫 번째는 짧은 글을 읽자는 겁니다. 삼체처럼 장대한 스케일의 글은 재미는 있어도 계속되면 버거울 수 있어요. 특히 제 독서 실력이라면 말이죠. 일단 짧으니 더 빨리 읽게 되겠죠. 그리고 어느 정도 짧은 글의 흐름에 깊이 적응해보는 것도, 간간이 긴 책을 읽는데 어떤 단위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그 다음은 그 짧은 글이라도 가능한 매일 읽자는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매일 읽고있지 않단 말야?’ 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직 아니에요. 바쁜 나날을 지나고 보면 사흘씩, 일주일씩 지나있기도 하다고요. 하루를 돌아보며 책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썼는지 돌아보면 매일 읽기에 도움이 되겠죠.
그렇게 매일 꼬박 읽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루 중 가능한 일찍 읽어야겠죠. 해야 할 일, 하면 좋은 일, 안 해도 되었던 일, 하지 말아야 했던 일까지 다 하고는 책을 읽을 시간이 나지 않거든요. 말하자면 책 읽기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