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정말 많이 왔죠. 아침 일찍 눈이 올 거란 예보를 듣고 잔 다음 날, 눈이 뜨이자 마자 창가로 가 커튼을 열어젖혔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설경에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골목도 하얗고 산도 하얗고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것도 잠시, 계속되는 습설 소식에 다친 사람들도 있고 하니 자꾸 뉴스를 보게 되더라고요. 시시각각 어디에 눈이 많이 오는지, 사고는 났는지 눈과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만 갑자기 속이 편안해지는 뉴스가 보였어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내용이었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무리해서 운전을 하는 대신 차를 두고 증편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거죠. 네덜란드에서 비슷한 상황엔 늘 반대의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뉴스를 들을 때 마음이 든든해져요.
네덜란드에선 비슷한 상황에 ‘대중교통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자차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합니다. 참 다르죠? 저는 기후조건이 열악할 때 대중교통을 믿으며 이용하고 자라왔기 때문에 네덜란드의 방식은 참으로 적응이 되질 않아요. ‘가급적 자차를 이용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교통약자는 어쩌라는 것인지 본능적인 불쾌한 기분이 들거든요. 지금이야 어떻게든 다니겠지만 나중에 운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오면 궂은 날엔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네덜란드는 대중교통 증편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운영 편수를 줄입니다. 아마도 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공공의 역할을 해야 할 기차나 버스 회사들이 모두 민영화 된 탓이 크겠죠. 그래서 ‘왜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예요. 공공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죠.

눈이 온 덕에 종종 저를 실소하게 하던 네덜란드 상황이 생각났네요. 한국에서 장대비가 내리거나 폭설이 내리는데 ‘자차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안 됩니다. 지금과 같은 우수한 공공서비스가 지속되길 바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