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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 달리기

    종종 여행 중에 보는 광경이 있어요. 신선한 아침 공기, 여유로운 숲, 그 곳을 달리는 사람. 볼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죠. 저도 그렇게 달리는 사람이고 싶고,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고 달려보는게 꿈이예요. 네덜란드에서 새로 이사간 동네에 근사한 공원이 많은데 언젠가 거기서 사뿐히 달리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만 세게 달려도 얼굴은 불타오르죠. 올해 한국에서 지내면서 수영을 시작했고 그게 제 운동의 거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네요. 여름이 길어지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고요. 아아 이대로 달리기와는 멀어지는가…

    그러다 갑자기 서늘해진 요즘, 햇살도 좋고 아직은 꽁꽁 싸매지 않고 나가도 다닐만 하니 자꾸 창밖을 내다보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들썩이는 마음을 데리고 나갔답니다.

    부모님댁 동네에 작은 동산과 팔각정이 있는데 왕복 3km가 조금 넘는 거리예요. 여름까지는 슬슬 걸었지만 오늘은 달려봤지요. 전에도 주로 평지만 달려서 어떨까 했는데 역시 언덕을 오르내리며 달리기란 쉽지 않았어요. 급히 거칠어지는 숨을 고르기 위해 반발짝씩 가보기도 하고요, 내리막 길엔 앞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조심했죠.

    팔각정에 가는 길이 주로 오르막 길이라 돌아갈 때는 쉽겠구나 기대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어요. 어째서 가는 길도 오르막, 돌아오는 길도 오르막인가…

    얼굴은 좀 붉어졌지만 크게 헐떡이지 않고 호흡 조절을 잘 하면서 돌아와서 기쁩니다. 달리기를 하고 돌아올 땐 더 달릴 수 있을 것 처럼 힘을 남겨둬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머지 않아 또 팔각정으로 달리러 가보려고 해요. 이렇게 훈련하다 보면 네덜란드에 돌아가서도 잘 달릴 수 있겠죠. 자주 할 수록 더 잘 하게 되더라고요.

  • 달리기

    아침에 나가 냅다 달리기

    어서오세요.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되었나요? 잠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볼까요. 그리곤 더욱 깊게 포옥 내쉬어 보세요. 한 번 더. 크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고. 약간 마음이 열리는 것 같지 않은가요?

    지난 토요일은 맑은 하늘과 햇살이 예보된 날이었습니다. 일어나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커튼을 열었는데 맑은 하늘은 커녕, 창밖은 온통 안개가 자욱하더군요. 커피 한 잔 하며 어떻게 할 지 잠시 생각하다가, 곧 운동복을 주섬주섬 꺼내었습니다. 기능성 긴팔 티셔츠에 긴바지, 몸을 따뜻하게 해줄 겨울용 러닝자켓, 스포츠 양말까지 신으면 준비 끝. 생각은 짧게할 수록 좋습니다. 나가서 달릴까 말까라는 세상 진지한 고민이 뼈대에 살을 붙이기도 전에 얼레불레 나가는 것이 전략입니다.

    안개 때문인지 공기가 차서 지퍼를 턱밑까지 올렸습니다. 처음 달릴때는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마음이 듭니다. 끝까지 잘 달려야 할 텐데.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뎌봅니다. 숨이 너무 빨리 차는 것은 아닌지 살핍니다. 평소엔 공원이 시작되는 1킬로미터 지점은 가야 몸이 풀린 기분이 드는데 이 날은 왠일로 그 반쯤부터 벌써 제법 달리고 있었습니다. 안개로 운치를 더한 동네 수로를 찍으며 잠시 숨을 골라봅니다.

    어라, 몸이 왜 가볍지? 하며 또 한 발, 한 발 디뎌봅니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달리지 않기 때문에 어디가 갑자기 아플지 모릅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속도를 낮추고 몸을 풀고 편한 자세를 찾습니다. 이 날은 왼쪽 발목이 당첨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속도마저 붙어 내심 놀랐습니다. 혹시 전 날 목욕을 해서 몸이 부드러워졌나? 요즘 마시기 시작한 프로틴쉐이크가 가속 엔진 역할을 하나? 이유가 궁금한 저는 잘 해도 문제이죠.

    총 4킬로미터를 달리고 집에 돌아오니 이웃집 할머니가 집 앞 자그마한 텃밭에 핀 꽃을 보러 나와 계십니다. 차 한 잔 하겠냐고 하기에 넙죽 그러겠다고 따라 들어가 차랑 부활절 쿠키를 얻어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상 그대로 이루어지는 달리기란 없습니다. 이 날도 그렇죠. 원래 안개대신 해가 날 예정이었죠. 다리에 이렇게 힘이 붙을 줄은 몰랐죠. 끝에 맛난 차와 쿠키까지. 계획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일단 나갔고, 매우 기쁘게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달릴까 말까 주저된다면, 너무 멀리 자세히 계획하는 대신 마음을 열고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예상 못 했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