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눈이 내린 한국의 어느 고요한 밤, 저는 두통을 부여잡고 오래된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공동주택의 위치는 네덜란드로, 제가 아직도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있는(주담대 말씀입니다) 건물에 관한 것이죠.
‘198x년의 x월 xx일, 로테르담의 공증인 동 아무개는 190x년 x월 xx년 태어나 직업 없이 로테르담에 살고 있는 일 아무개의 미망인 호 아무개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로 시작하는 옛 이야기인데요, 당시 단독 소유이던 건물을 세 집으로 나누면서 관련 규약을 작성한 이야기 입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미망인 호 아무개는 모 필지와 그 위에 위치한 건물의 소유주로, 그 건물의 주소는 x 이며 로테르담의 도시토지장부에 x 부분 번호 xxxx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필지는 x아르 xx 센티아르로, 197x년 x월 xx일 매매증서를 작성해 로테르담의 주택담보대출 사무소에서 소유권을 이전받은 바 있습니다.’
미망인 호 아무개씨는 198x년 이 규약이 서명된 날, 단독소유였던 건물을 셋으로 나누고 분할된 다세대의 지분과 비용분담을 결정합니다. 그 후로 분할된 각 집엔 최소 둘 이상의 소유주가 거쳐갔고, 다소 기이한 분할률에 어떤 소유주들은 의문을 갖기도 하고, 어떤 소유주들은 분할률에 따른 비용 분담이 불공평하다며 이웃들을 귀찮게 했습니다.
그 이웃들은 중재위원회를 끼고 비용 분담률을 수년에 걸쳐 1:1:1로 바꾸어 가기로 합의하고, 문제가 없이 동률 분할로 이행이 되면 실제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수정해 공증을 받기로 했죠. 그 시기는 다가왔고, 새 규약의 초안이 나왔어요. 초안에 쓰인 내용이 구 규약에서 딱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수정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저는 구 규약을 읽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마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 들어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길.
매해 초면 달력을 보는 재미가 있죠! 공휴일을 확인하고, 어디쯤에 징검다리 휴일을 써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요. 저는 네덜란드에서 주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바로 정부 공식 공휴일과 회사에서 지정하는 의무 휴일인데요. 의무 휴일은 공휴일 언저리의 평일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매해 이틀을 지정하고, 공휴일과 연결해 긴 주말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2024년 공휴일을 일단 보면요.
New Year’s Day (새해 첫 날): 1월 1일 월요일
Good Friday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Easter Sunday & Easter Monday (부활절): 3월 31일 일요일과 4월 1일 월요일
King’s Day (왕의 생일): 4월 27일 토요일
Liberation Day (독립기념일): 5월 5일 일요일
Ascension Day (예수 승천일): 5월 9일 목요일
Whit Sunday and Whit Monday (오순절): 5월 19일 일요일과 20일 월요일
Christmas Day and Boxing Day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과 12월 26일 목요일
그리고 회사에서 지정한 의무 휴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예수 승천일 다음 날: 5월 10일 금요일
자, 이제 문제점(웃음)을 짚어볼까요? 일단 리스트가 매우 짧습니다. 평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은 2024년 7일 뿐이예요. 또 5월의 오순절이 지나고 나면, 크리스마스 까지는 공휴일이 아예 없어요. 다시 말하면 3월에서 5월 까지만 징검다리니 뭐니 해서 휴일 사이사이 일을 하고, 나머지 9개월은 노잼 그 자체입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죠?)
휴일을 하나씩 보죠. 공휴일이라고 다 쉬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 네덜란드 공휴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니, 뭐 이런게 다 있죠?) 의무 휴일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의 금요일은 또 다 쉬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부활절만 쉬는 회사도 있고, 성의 금요일에 쉴 경우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 의무 휴일을 공지합니다. 또 독립기념일(5월 5일)은 5나 0으로 끝나는 해만 쉬는 아주 독특한 휴일입니다. 이런 휴일 또 보셨나요? 5년만에 한 번씩 쉬는 그 휴일이 얼마나 달콤할 지 상상이 가시나요?
네덜란드는 매해 국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전국적인 파티를 벌입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토요일이라면 휴일이란 장점이 없어져버리죠. 대체휴일에 대해 네덜란드 왕실은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왕의 생일이 일요일일 경우에만 하루 전 날로 대체한다.’ 그러니까 토요일은 신경 안 쓴다 이겁니다. 그나마 적은 공휴일이 하루 더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하지만 너무 고맙게도, 크리스마스가 수요일과 목요일이라 금요일이나 월, 화, 금을 빼면 줄줄이 놀 수 있겠죠. 그리고 회사의 5월 의무 휴일을 보면 예수 승천일인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도 쉬게 해서 긴 주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의 금요일을 낀 부활절까지, 황금연휴가 세 번이나 있네요!
공휴일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주 단호박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홈페이지(Which days are official public holidays in the Netherlands? | Government.nl를 보면요, ‘특정 공휴일에 피고용인이 휴일을 제공받는다고 명시한 법은 없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공휴일에 하루를 쉴 법적인 권리는 없다. 공휴일의 휴일 적용은 공동노동협약이나 고용계약서를 따른다’고 되어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그런데 아무래도 일요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이 너무 많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비용을 지급하거나 기한 내 답변을 해야하는 경우, 그 기한은 토요일, 일요일, 또는 공휴일이 아닌 그 다음 날로 연기된다.’ 주말이나 공휴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업무의 공백을 감안해 딱 이 정도만 지정을 해 둔 모양이예요. 정말이지 깔끔하네요.
이렇게 네덜란드의 공휴일에 대해 잠시 살펴봤습니다. 아래 대한민국의 공휴일과 비교하며 이 글 마쳐볼까 합니다.
신정: 1월 1일 월요일
설날(연휴), 대체공휴일: 2월 9일~11일 (금~일), 12일 월요일
삼일절: 3월 1일 금요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0일 수요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5월 5일 일요일, 6일 월요일
부처님 오신날: 5월 15일 수요일
현충일: 6월 6일 목요일
광복절: 8월 15일 목요일
추석(연휴): 9월 16일~18일 (월~수)
개천절: 10월 3일 목요일
한글날: 10월 9일 수요일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
평일에만 총 15일입니다. 네덜란드의 두 배네요! 2024년 공휴일을 검색하다 느낀 점은 정보가 너무 많고 대신 공식 소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2023년 공휴일은 정책브리핑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런 자료가 꾸준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