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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넣지 말라고요

    화장실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절박한 메시지

    오늘도 만나고 말았습니다. 제발 변기에 휴지 넣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 이 메시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크지 않은 부탁이니 들어주고 싶은가요? 별 생각 없으신가요? 저는 우선 휴지를 넣지 말아야지,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네, 그러나요. 저는 저 절박한 메시지를 곧잘 배반 하곤 합니다. 딱히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손에 밴 ‘이 놈의’ 습관이, 저도 모르는 새에 휴지를 변기에 톡 넣어버리고, 동시에 마음 속 장탄식을 내뱉죠.

    습관이 뇌와 신경과 근육을 오가는 연락체계를 교란 시키기를 여러 번, 오늘은 다행히 휴지를 휴지통에 잘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마다, 습관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돼요.

    좋은 습관은 저를 살리고 나쁜 습관은 저를 죽일테지만, 선악의 가치와는 별개로 기술과 시설의 발달에 따라 현대에 익힌 저의 습관은 구식 건물의 화장실 관리자님을 괴롭게 하고 있으니 참 죄송하달까요.

    혹시나 오늘도 뚫어뻥을 손에 들고 절망하거나 시설관리팀에 전화를 걸어야 했던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글이 쳐 써있는데 눈깔이 동태라서, 글을 안 쳐읽어서, 문해력이 수준 이하라 공지사항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 이 우라질 손이 그저 습관대로 뒷처리를 하다 그렇게 되었음을 양해 바라겠습니다.

    혹여 다음에 또 비슷한 안내를 본다면 정신 ‘단디 채리고’ 손을 컨트롤 하도록 해 볼게요.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베지 않은 벼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중부보단 산이 푸르네 싶었지만 집집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을 보면 가을은 남쪽에도 와 있음이 선명했습니다.

    몇해 전, 술을 못 하는 이모께서 이건 맛있더라 하신 와인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두어병 가져가서 함께 나누었는데 숙모들까지 좋아해 주셔서 고작 으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으쓱했던 마음 머쓱하게, 집안 어른이 많은 곳에 있으니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큰애기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보험의 복잡한 사정으로 제가 운전할 수 없는 차에 내내 실려다니거나, 진한 국물의 국밥을 맛 보거나, 구수한 소고기와 전어회가 빛났던 저녁, 제가 쓸 수 있게 늘 준비된 침대, 저를 꼭 먹이겠다고 별러왔다는 매운탕, 그리고 한아름 받아온 대추와 홍시까지… 그 어느 것도 제가 스스로 구해야 했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끔 무거운 것을 들어드리는 것으로 철든 척을 해보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익숙한 몸놀림으로 크고 작은 배려를 턱 턱 내놓는 그 손길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 것 까지 숨길 수는 없었죠.

    밖에서는 어찌 알아서 살아가든, 당신들 곁에 있을 때만은 밖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기대게 해 주는 그 몸짓에는 어떠한 가식도, 거리낌도, 거추장스러움도 없었습니다.

    비빌언덕이 최고구나, 씩 웃으며 잠시 힘을 빼고 슬쩍 기대본 기억으로 언젠가 저도 숨쉬듯 배려를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 누런 가을

    여름이 그렇게 늑장을 부리더니만, 그 흔한 비도 아끼더니만,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새는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10월 말인데 기이하리만치 따뜻한 햇살에 마냥 즐겁지 않은 것은, ‘올해가 가장 시원하다’라는 기후위기 시대의 농담같은 예언, 예언같은 농담이 마음 어딘가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뜨거워져만 가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은 바쁜 나날에 자꾸만 지워져 가죠.

    10년 후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돌아볼까요. 유난히 더웠던 하루에 마음이 조금 상해버린 것 같습니다.

  • 해리포터를 다시 보는 이유

    겨울도 다가오고 왠지 판타지 영화에 빠져들고 싶은 기분이 스멀스멀 듭니다. 그 중에도 해리포터를 골라서 정주행 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엄청 많이 팔린 책이자 영화이고 그 안에 묘사된 배경도 익숙한 영국이라 좋아하지만 제가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또 따로 있었어요.

    해리포터라면 첫 영화부터 새로 나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보아왔어요. 그리고 지금 제가 다시 정주행을 하듯 겨울이 되면 다시 보고, 심심해서 다시 보고, 시리즈마다 여러번 보았죠.

    문제는, 영화를 볼 때, 특히 해리포터를 볼 때 제가 집중을 잘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익숙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틀어놓고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생각을 자주 했어요.

    문득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포스터를 보는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많이 본 셈 치고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줄거리를 따라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치워 놓고, 다른 생각도 잠시 접어두고요. 그랬더니 정말 즐겁게 영화를 즐길 수 있더라고요.

    다른 영화들은 집중해서 보는 편인데 왜 해리포터를 볼 때면 산만해 졌었는지를 모르겠어요. 이런 영화가 또 있는데, ‘카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입니다. 이것도 한 번 정주행을 해야겠어요.

    요즘 마침, 뭐든 한 번 할 때 제대로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하고 있었어요. 할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같은 일을 다시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여행이 특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는 것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네요.

  • 크라운 장착

    일주일간의 임시치아와의 씨름을 끝내기 위해 치과로 갔습니다. 다시금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입을 벌렸다 다물기를 셀 수 없이 했고, 그 끝에 새 크라운을 붙여 올 수 있었어요.

    지금은 크라운을 임시로 붙인 것이래요. 다음 주까지 새 크라운을 사용해 본 후, 좀 더 조정이 필요할지 아니면 그대로 붙일지 결정하게 된다고 해요.

    크라운을 완전히 붙이자면 크라운을 다시 떼어야 하고, 그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크라운 옆에 손잡이 같은 것을 붙여놓았는데요. 얘가… 자꾸 볼살을 씹네요.

    임시치아를 떼어냈지만, 반대쪽으로 조심조심 씹는 건 그대로 입니다. 조심조심 씹어도 가끔 볼살이 씹혀서 더욱 더더욱 조심하게 되는 조금은 불편한 상황… 그대로이기 때문에 크라운을 테스트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앞으로 한 이틀 안에 적응이 되면 좋겠어요.

    다음 주가 많이 매우 많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