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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 강습 대망의 첫 날

    첫 날은 특별합니다. 존재도 하지 않던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되는 날이죠. 수영 강습 첫 날을 위해 그 동안 수영장을 검색하고, 시간대와 요일을 신중하게 골라 수강신청도 하지 않았습니까. 장비도 갖추었죠. 모든 설레임 빌드업을 마치고 이제 정말 물에 들어가는 날인 것입니다.

    첫 날 부터 허둥지둥

    제가 그리는 첫 날 아침은 이랬습니다. 당연히 일찍 일어나야죠. 집을 나서기 전에 스트레칭은 기본이죠. 미리 도착해서 안내데스크에서 회원권을 받아야죠. 수업 직전에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죠. 안 그래요? 네?

    하지만 현실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적당한 시간에 나서서 교통체증에 갇히기. 그나마 도착하고 회원카드를 금방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탈의실로 뛰어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니 딱 적시에 수영장에 입장할 수 있었어요.

    준비운동 시작

    정각이 되자 호루라기가 울리고 누군가 준비 운동을 시작합니다. 동 시간대 모든 강습생들도 준비 운동을 따라했어요. 물론 저도.. 그런데 옆 사람이 말을 겁니다. “샤워 안 하셨어요?” 영문을 모르고 아침에 집에서 다 하고 나왔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그 분은 “어 그래도…”라며 말을 흐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잠수라도 하고 나온 듯 물기가 촉촉한 모습이었어요. 그 사이에 보송보송한 저… 일단 샤워실로 급히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고양이세수, 아니 고양이샤워를 했습니다. 수영복을 입은 채로 샤워기를 틀어 온 몸을 적셔서 축축해 보이는 데 성공합니다.

    샤워 없이는 수영도 없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입수 전에 샤워는 필수였어요. 심지어 수영복을 입은 채로 하는 샤워도 금지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평소 생활하면서 바르는 것은 얼마나 많고, 또 일상에 먼지는 얼마나 많습니까. 모두 샤워를 깨끗이 하고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전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물을 쓰게 되겠죠.

    수업 전 10분은 없는 셈 치고

    수영 강습을 정시에 시작하기 위해 언제 도착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다니는 체육센터에서는 30분 전에 입장할 것을 권장합니다. 다녀보니 30분은 조금 길고 20분 정도가 좋아요. 여유있게 탈의를 하고 샤워를 할 수 있거든요. 그 때는 탈의실과 샤워실도 여유롭습니다.

    반면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앞 시간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분들과 엉켜서 많이 기다리기 십상이예요. 샤워 순서를 기다리다 준비운동이나 강습에 늦을 수도 있죠.

    초급이라고 다 같은 초급이 아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초급반 쪽으로 갔습니다. 강사님은 출석을 한 번 부른 후, 질문을 시작했어요. “배영 하시는 분? 이 쪽으로요.” “자유형? 이 쪽이요.” “킥보드? 네, 이 쪽이요.” “완전 처음이신 분? 네에.” “물 무서워 하시는 분?” 배영과 자유형이 되는 초급(???) 분들은 옆 레인으로 가셨습니다. 킥보드를 써보신 분들도 시원하게 물을 가르며 우리를 떠나가버렸죠.

    으음파

    완전 처음인 몇 분과 저는 몸만 물에 들어있을 뿐, 수영과는 관계가 멀어보였습니다. 처음 배운 것은 으음파 숨쉬기. 물 높이도 낮은 곳에 엉거주춤 서서,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내뱉고 물 위에서 숨을 들이쉬기를 반복했습니다. 뭔가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닌데 틀리면 안 되는 동작의 반복. 그래도 물 안에 서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습니다.

    발차기

    우리가 으음파를 하는 동안 어나더 레벨의 초급을 돌아보고 오신 강사님이 또 새로운 미션을 주셨습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편 채로 발차기를 하라는 거였어요. 점점 수영장 밖으로 내보내지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또 열심히 발차기를 해봅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아니 초보자의 몸뚱이로.

    이내 첫 50분은 금방 끝나버리고 말았어요. 물 속에서 숨을 내쉬어 봤다, 물을 발로 차봤다는 벅찬 마음을 안고 수영장을 나왔습니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뻤던지!

    이렇게 제대로 아는 것도 없이 어리버리한 첫 날을 저는 사랑합니다. 수영에 ‘수’자도 제대로 몰랐던 제가 언젠가 물을 자유롭게 가를 날을 상상하면 이런 첫 날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수영 강습일이 빨리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 물건 정리

    지난 가을 이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 눈에 불을 켜고 끊임없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제야 끝이 조금 보이는 것 같네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씩 마음에 편안함이 깃들기 시작하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어 보이는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볼까 해요.

    일단 정리를 한다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어떻게 정리하세요? 저는 용도가 같거나 비슷한 물건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을 정리의 첫 걸음이라고 봐요. 그렇게 모인 물건의 자리를 정하고요, 그 자리에 들어가는 물건의 개수를 제한하죠.

    예를 들면 양말을 모아 보관할 자리를 정해요. 제가 정한 서랍에 다 들어가면 좋겠지만 새로 세운 옷장의 서랍은 이전보다 더 작아서 다 들어가진 않네요. 일상에 신는 양말, 운동용 양말, 수면 양말, 스타킹 등을 선별해 서랍에 맞게 넣습니다. 나머지는 박스에 넣어 다락에 치워두었어요.

    핸드크림을 정리해 볼까요. 일단 핸드크림을 다 모읍니다. 엄청 많네요. 욕실에, 화장실에, 책상 위에, 침대 맡에, 부엌에 하나씩 둡니다. 나머지는 또 박스에 담아 치워두었죠. 이런 식으로 물건마다 반복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쓰는 물건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중복되거나 아직 사용하지 않는 새 물건들은 박스 안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게 됩니다. 참 쉽죠?

    하지만 이걸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더 복잡해요. 현대의 삶에 쓰이는 물건은 참 다양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사 때 한 자리에서 그냥 모아 담거나 크기가 맞아 함께 담아둔 물건들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이삿짐을 꺼내느라 박스에 물건을 꺼냈다가도 분류 하느라 다시 박스에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하는 이유는, 일상에 뭔가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쓰고 물건의 홍수 속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일 겁니다. 잘 정돈된 공간에서 집중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물건 하나를 찾기 위해 이 박스, 저 박스를 열어보거나 임시로 물건을 둔 자리에 다른 것들이 섞여 출근 준비에 애를 먹던 날들은 이제 안녕입니다. 혹시 평소에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정리 한 번 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네덜란드의 공휴일

    매해 초면 달력을 보는 재미가 있죠! 공휴일을 확인하고, 어디쯤에 징검다리 휴일을 써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요. 저는 네덜란드에서 주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바로 정부 공식 공휴일과 회사에서 지정하는 의무 휴일인데요. 의무 휴일은 공휴일 언저리의 평일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매해 이틀을 지정하고, 공휴일과 연결해 긴 주말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2024년 공휴일을 일단 보면요.

    • New Year’s Day (새해 첫 날): 1월 1일 월요일
    • Good Friday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 Easter Sunday & Easter Monday (부활절): 3월 31일 일요일과 4월 1일 월요일
    • King’s Day (왕의 생일): 4월 27일 토요일
    • Liberation Day (독립기념일): 5월 5일 일요일
    • Ascension Day (예수 승천일): 5월 9일 목요일
    • Whit Sunday and Whit Monday (오순절): 5월 19일 일요일과 20일 월요일
    • Christmas Day and Boxing Day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과 12월 26일 목요일

    그리고 회사에서 지정한 의무 휴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 예수 승천일 다음 날: 5월 10일 금요일

    자, 이제 문제점(웃음)을 짚어볼까요? 일단 리스트가 매우 짧습니다. 평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은 2024년 7일 뿐이예요. 또 5월의 오순절이 지나고 나면, 크리스마스 까지는 공휴일이 아예 없어요. 다시 말하면 3월에서 5월 까지만 징검다리니 뭐니 해서 휴일 사이사이 일을 하고, 나머지 9개월은 노잼 그 자체입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죠?)

    휴일을 하나씩 보죠. 공휴일이라고 다 쉬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 네덜란드 공휴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니, 뭐 이런게 다 있죠?) 의무 휴일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의 금요일은 또 다 쉬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부활절만 쉬는 회사도 있고, 성의 금요일에 쉴 경우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 의무 휴일을 공지합니다. 또 독립기념일(5월 5일)은 5나 0으로 끝나는 해만 쉬는 아주 독특한 휴일입니다. 이런 휴일 또 보셨나요? 5년만에 한 번씩 쉬는 그 휴일이 얼마나 달콤할 지 상상이 가시나요?

    네덜란드는 매해 국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전국적인 파티를 벌입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토요일이라면 휴일이란 장점이 없어져버리죠. 대체휴일에 대해 네덜란드 왕실은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왕의 생일이 일요일일 경우에만 하루 전 날로 대체한다.’ 그러니까 토요일은 신경 안 쓴다 이겁니다. 그나마 적은 공휴일이 하루 더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흔한 국왕 생일날 암스테르담 (출처:https://dispatcheseurope.com/kings-day/)

    하지만 너무 고맙게도, 크리스마스가 수요일과 목요일이라 금요일이나 월, 화, 금을 빼면 줄줄이 놀 수 있겠죠. 그리고 회사의 5월 의무 휴일을 보면 예수 승천일인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도 쉬게 해서 긴 주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의 금요일을 낀 부활절까지, 황금연휴가 세 번이나 있네요!

    공휴일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주 단호박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홈페이지(Which days are official public holidays in the Netherlands? | Government.nl를 보면요, ‘특정 공휴일에 피고용인이 휴일을 제공받는다고 명시한 법은 없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공휴일에 하루를 쉴 법적인 권리는 없다. 공휴일의 휴일 적용은 공동노동협약이나 고용계약서를 따른다’고 되어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그런데 아무래도 일요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이 너무 많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비용을 지급하거나 기한 내 답변을 해야하는 경우, 그 기한은 토요일, 일요일, 또는 공휴일이 아닌 그 다음 날로 연기된다.’ 주말이나 공휴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업무의 공백을 감안해 딱 이 정도만 지정을 해 둔 모양이예요. 정말이지 깔끔하네요.

    이렇게 네덜란드의 공휴일에 대해 잠시 살펴봤습니다. 아래 대한민국의 공휴일과 비교하며 이 글 마쳐볼까 합니다.

    • 신정: 1월 1일 월요일
    • 설날(연휴), 대체공휴일: 2월 9일~11일 (금~일), 12일 월요일
    • 삼일절: 3월 1일 금요일
    • 22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0일 수요일
    •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5월 5일 일요일, 6일 월요일
    • 부처님 오신날: 5월 15일 수요일
    • 현충일: 6월 6일 목요일
    • 광복절: 8월 15일 목요일
    • 추석(연휴): 9월 16일~18일 (월~수)
    • 개천절: 10월 3일 목요일
    • 한글날: 10월 9일 수요일
    •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

    평일에만 총 15일입니다. 네덜란드의 두 배네요! 2024년 공휴일을 검색하다 느낀 점은 정보가 너무 많고 대신 공식 소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2023년 공휴일은 정책브리핑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런 자료가 꾸준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새해에 ‘뒤늦게’ 부쳐

    해피뉴이어 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밤새 돈을 태워 폭죽을 날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웅장하게 시작한 그 1월도 지나버렸어요. 해바뀜의 흥분도 지난 일이 되었고, 가득 찼던 헬스장도 서서히 연평균의 인구밀도를 찾아가고 있겠죠. 팀 미팅 중에 제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이제 11개월 남았다고. 다들 웃으면서 열 한달이 지나면 무슨일이 일어나냐 했더니 새해가 온다고 해서 ‘갑분’ 씁쓸해진 기억이…

    이렇게 평범한 날들이 다가오는 것 같지만 한국인에겐 곧 설날이 다가오고, 신년 계획의 두번째 ‘쵠스’가 찾아옵니다. 1월 1일 부터 뭔가를 시작했다면 그게 잘 되어가고 있는지, 이대로라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같은 생각을 해 보고요. 물론 설날에 두 번째 떡만둣국도 잊지 말아요. 왜 두 번째냐면, 1월 1일에도 먹었잖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사실 저는 지난 몇 년간 주로 12월에 계획을 세웠어요. 일부러 12월에 했다기 보다는, 1년을 돌아보는 그 때 자연스럽게 새 목표도 떠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새해에는 회사에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오르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는 뭐하러 1월까지 기다리겠어요, 바로 시작하는 거예요. 새해 즈음해선 저의 새 계획은 이미 일종의 습관이 되어있었어요. 

    하지만 지난 12월은 특별한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스스로 재촉하지도 않았죠. 이미 그 전에 매해 12월에 시작한 “새해 계획”들이 습관으로 굳은 것도 적지 않고요, 작년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나 했으니 올해는 좀 쉬어 가자라는 마음도 있고요.

    그럼에도 느슨하게, 아주 느슨하게 올해 하고 싶은 것을 말하자면… 수영이랑 블로그 정도가 떠오르네요. 물이랑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스킬이 부족하니 수영을 시작해 초급 정도로 다지고 싶어요. 그리고 방문객 보다도 덜 들여다보는 이 블로그에도 자주 오고 싶죠.

    올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시작하셨나요? 아직인가요?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돌아보고 아주 작은 도약이라도 계획을 세워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