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여러 번 산책하다 보면 새로이 눈에 띄는 것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딱따구리를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멀리서 소리만 듣고는 딱따구리를 볼 수 없었어요. 그저 멀리 울려퍼지는 ‘도도도도도…’ 소리를 들으며 걸었죠.
그 다음 번엔, 직접 보게 되었어요. 그것도 나무를 쪼는 모습을요. 제 소리를 듣고 도망갈까 조심조심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을 수 있었어요.
그 다음엔 아예 산책길에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어쩐지 같은 곳에서 거듭 딱따구리를 발견하는 것 같았거든요. 다음에도 같은 곳에서 딱따구리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어요.
역시나, 전에 발견한 위치에 가까워 오자, 딱따구리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엔 한 마리가 아니라 무려 세 마리였어요. 이번엔 핸드폰 대신 카메라를 조용히 들었고, 드디어 딱따구리를 멀리서나마 사진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거나 넋놓고 바라 보다보면,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제가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바쁜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산책할 때는 바삐 걷기 보다는 주변에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한 번씩 눈길을 주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걷다가 멈추지 않았더라면, 저렇게 예쁜 딱따구리는 보지도 못 했을테니까요.
겨울에 어울리는 쨍한 네이비 컬러의 노트에는 사용한 기간을 라벨에 적어 붙여두었어요. 새로 쓰기 시작한 노트는 레트로한 스톤 블루입니다.사진엔 거의 스카이 블루 같은데 실제로는 회색빛이 한방울이 더 들어간 느낌이예요.
이번에 새로 도입한 것이 있다면 인덱스 스티커입니다. 달력이나 주간 계획을 그려넣은 페이지 귀퉁이에 앞뒤로 접어 붙여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죠. 모처럼 다이소에 갔다가 찾았어요. 동전만한 스티커가 꽤 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표시된 인덱스는 물론 인덱스 페이지에도 적어둡니다. 로이텀1917 노트에는 앞쪽에 목차가 있어 써넣을 수 있어요. 지난 달의 활동을 간단히 돌아보기 위해 새 노트에 1월, 2월 캘린더를 베껴두고 3월을 시작했어요.
사둔 마지막 로이텀1917 노트를 꺼냈으니 또 사다 쟁여둘 때가 되었네요. 포켓 사이즈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미디엄 사이즈로 옮겨갈지 고민중이예요. 그리고 그 동안 방안지 타입을 사용했는데 다시 줄 타입으로 갈지, 점 타입으로 갈지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완전히 무지 타입도 있는데 제 글씨가 많이 삐뚤빼뚤해서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새 노트를 사고 또 쓸 때 까진 이 스톤블루 노트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노트를 새로 마련해 놓으니 든든한 기분이네요. 매일 제 생각을 조금씩 더 덜어놓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세상은 넓고 형님들은 많다더니, 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종 과일을 말려 먹는다는 것은 알고있었습니다만… 귤말랭이라니.
온다는 언질도 하나 없이 틱 도착한 택배 하나. 잘 알려진 도서유통사의 박스이나 무게가 가볍습니다. 보내온 곳은 제주. 유추를 가만 해보면 아하… 알려지지 않은 제 팬이 분명합니다.(응?) 가까운 귤 재벌들 덕에 자기도 귤 부자정도는 된다며 친구가 귤말랭이라는 것을 보내왔습니다.
귤말랭이를 아시나요? 저는 정말 생전 처음 듣는데요. 감이나 무화과 말린 것은 흔히 보아왔죠. 네덜란드 주말 시장에 가면 중동 출신의 사람들이 망고 말린 것, 파인애플, 바나나, 야자대추… 각종 과일을 말려 파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귤이라니요. 알알이 뜯지 않고 단면을 드러내는 순간 시큼한 즙을 흘려대는 통에 그 많은 물을 말린다는 생각은 단연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수박을 말린다고 생각해봐요. 대체 뭘 먹는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런 존재는 있었어요. 게다가 놀라운 것은, 첫입엔 와삭바삭하고, 씹다보면 쫄깃한 젤리를 씹는 것 같으며, 그 중에 퍼지는 달달한 귤 향은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찔한 존재가 있다니.. 생각하면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혼자 먹으면 입은 춤을 추겠지만 이내 망각의 구석으로 사라질 것이 겁이납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러가는 길에 조금 챙겼어요. 미쳤지? 끝내주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빨리 맛있다고 말해, 닥달하고 다음에 만나면 또 꺼내서 이야기 하려고요.
이찬혁의 ‘파노라마’라는 노래 들어보셨나요? 무슨 티비 프로그램 예고편에서 배경음으로 잠깐 나왔는데 노래가 심상치 않았어요. 검색을 해서 전곡을 들었고, 이내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몽환적인 전자음,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 알아들을 수는 없는 시끄러운 대화가 사라지면서 비트가 시작됩니다. 일단 비트가 아주 맛있습니다. 느긋한 쿵짝, 제가 딱 좋아하는 정도의 비트입니다. 느리게 갈 수도 있지만 사이에 박자를 쪼개 많은 걸 넣을 수도 있을 정도로 여유롭죠.
가사는 평범하게 ‘잠에서 깨어나’ 어쩌구…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사망선고’예요. 현실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사건의 현장으로 순간이동하게 하는 힘은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노래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 노래도 그걸 훌륭하게 해냅니다.
게다가 스스로의 죽음을 노래하는 목소리라기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시원한 고음이 귀로 시원한 콜라를 한잔 들이키는 느낌이라면 오버…이겠으나 어쩔 수 없습니다. 이찬혁이라는 가수를 잘 몰랐는데 굉장한 미성이네요.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깔려있는 오락같은 전자음, 신디 사운드..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져요. 들으면서 떠오른 노래가 토이의 ‘굿바이 썬, 굿바이 문’인데 마침 보컬이 이수현이라는 것도 절묘한 우연이네요.
이런 이유로 요즘 자주 듣는 노래입니다. 같이 들어요.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켓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게 스쳐가네 파노라마 처럼”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 뿐입니까, 음력 설도 지났습니다. 콕 찝어 올해의 8%정도가 지났는데… 그만 하도록 할까요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요? 적절한 목표를 이미 세워놓고 달성을 위해 매진중일수도 있고, 아직 탐색중일수도 있겠네요. 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저는 목표를 꼭 연초에 세우지 않아요. 조금 당겨 연말에 세우는 편이고, 언제 세우던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연초 목표를 세우고 싶지만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분이 있다는 가정 아래, 어떻게 하면 나에게 적절한 목표를 세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봤어요.
새해 목표라고 해서 무작정 새로운 것을 찾기 보다는, 익숙한 것을 꾸준히 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좋은 목표가 될 수 있어요. 뭔가를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거든요. 스스로 무엇을 잘 해왔고 만족스러웠는지를 생각해보고, 올해도 그것을 유지해보겠다는 다짐, 멋지지 않아요? 한 해 꾸준히 매일 맨손체조를 해냈다면 올해도 하는 거죠. 한해 동안 해낸 맨손체조가 두해 동안 해낸 맨손체조가 됩니다. 하던 운동, 하던 공부, 하던 취미, 하던 다이어트, 생각해보면 가진 자리 잡은 모든 좋은 습관이 새해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던 것을 확장하기
아무리 그래도 작년에 하던 걸 재탕하다니 내 승부비위에 맞지 않는다거나, 제자리 걸음 하는 것 같다는 분야도 있을 거예요. 주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의 시간 또는 횟수를 늘릴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주 1회 달리기를 2회로 늘린다던지, 3km 달리기를 5km로 늘릴 수도 있겠죠. 또는, 익숙한 범위를 조금 틀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매일 영어로 정치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경제 기사도 포함한다던가 해서 범위를 늘리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라 내용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어휘를 더 접하게 되는 장점이 있겠죠. 지식이 깊어지거나 체력이 늘어나는 등의 목표야 말로 새해 목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새해 목표의 리스트가 있다면,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죠. 스스로 얼마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도 있겠지만, 새해는 새로운 것을 불러들이기 좋은 시기죠. 거의 하지 않는 것, 또는 전혀 하지 않는 것들을 시도해보고 스킬이나 취미의 영역에 새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은 어떤가요? 유산소 운동은 많이 하지만 근력 운동은 해본 적이 없다거나, 구기 종목은 생각도 안 해봤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검색도 해가며 생소한 운동을 완전히 처음 배워보는 건 어때요? 장롱면허를 이번 기회에 꺼내는 것은요? 외국어를 새로 배워보는 것은요?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하는 감각, 또는 나는 안될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을 분석해가며 깨나가는 기분, 새해 목표를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대 전제
위에 나열한 것들 중 무엇을 선택하든, 또는 다 선택하든, 기본 전제가 있습니다.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예요. 내가 나를 알아야 그 아는 스스로를 위한 적절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것이죠. 바쁜 삶 속에 스스로를 돌아볼 새가 없었다면, 그래서 뭘 좋아했고 잘 했는지 조차 모르겠다면, 올해 목표는 스스로를 잘 돌아보기 그거 하나로 합시다. 그리고 다음에 또 목표를 세울 때가 오면, 그땐 정말 잘 세울 수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