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면 종이책이었는데, 이제는 디지털로 더 많이 읽고 있으니 머잖아 종이책은 사라지는 걸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예약 순서를 기다리다 보니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빌리게 되었는데요. 종이책은 진도를 손에 잡히는 두께로 확인하는 즐거움을, 전자책은 인상 깊은 내용을 복사해서 모으는 편리함을 줍니다. 특히 책을 읽다가 스크랩을 할 때 디지털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 보니, 종이책과 전자책의 옵션이 있으면 전자책으로 기우는 것 같아요.
이전 글에서 종이책을 읽다가 스크랩을 할 때 포스트잇에 적어 옮긴다고 했었는데, 여기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맘에 드는 내용이 너무 많을 경우 손으로 적어 다시 타이핑하는 방식이 책을 읽는데 흐름을 끊는 문제가 있었어요. 궁리하다가 포스트잇 대신 필름 인덱스 점착지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장점이라면, 가는 인덱스 점착지를 이용해서 문단의 시작 부분을 체크해 놓았다가 책을 다 읽은 후 밑줄 노트를 모으는 곳에 타이핑을 하는 것이죠. 손글씨의 과정이 하나 사라져서 조금 간편해졌습니다. 또, 인덱스 점착지로 표시한 곳을 다 적고 나면 점착지를 떼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요. 충분히 사용하면서도 쓰레기는 많이 만들지 않는 이 방식이 좋습니다.
저만의 독서 방식이 굳어져가는 걸 느끼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앞으로 독서와 독서를 돕는 방식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시간은 돈’이라고들 하죠. 흔하게 들은 이 말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어원을 다룬 책인가? 아니면 트리비아의 일종 내지는 심심풀이 땅콩식 가벼운 서적인가 하는 느슨한 마음으로 책을 집었죠. 그런데 목차를 보니 정색하고 정치경제 서적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전에 인상적으로 읽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쓴 류동민 님의 책이네요.
저자는 경제 구조, 돈의 의미, 가치에의 탐구 등의 주제를 가지고 워밍업을 하다가 모두가 돈을 쫓고 돈을 기준으로 상품을 바라보는 물신에 대해 다룹니다. 그 물신을 기반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산술 가능한 위험으로 치환한다는 것이죠. 과거도 미래도 현재의 가치로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삶은 납작한 시간의 연속 또는 임의로 앞에서 떼어 뒤에 모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과 관계가 존재하고, 일의 순서가 있고, 우리가 그 안에서 살아가죠. 시간의 자본화는 우리의 자유로운 삶과 우리의 (자본주의가 내재되지 않은) 욕망을 괴리시킵니다.
자본은 권력의 얼굴을 하고 인간을 기계의 보조역할로 내몰거나 우리에게 자본화된 시간의 개념을 강요하는데요. 우리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권리를 행사하고, 경험을 나누며, 자본가 또는 권력과 타협하고 살 수 있을까요? 시간의 사용 권한을 시간의 소유자 쪽으로 더 끌어올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에서는 업무상 이메일을 보내면 종종 이런 자동응답메일을 받습니다. “저는 월요일, 수요일 오전, 목요일 오후에만 일을 합니다. 그 외의 시간엔 답변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시간을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죠. 다만 업무하는 시간 중에는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집중도 등은 무시한 채 높은 생산성을 요구 받는다는 점에서 시간의 자본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경우, 워라밸이란 말은 흔한 단어가 되었지만 사실 일과 가정, 일과 양육을 양립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노동자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권리를 충분히 가지지 못 한 셈입니다. 네덜란드처럼 일 하다가도 아이가 하교하는 시간에 데리러 간다던가, 치과 예약을 하고 자리를 비웠다 돌아올 수 있다던가 하는 일이 일상이 되면, 그 경험이 더 많이 공유된다면, 그래서 그런 자유로운 업무방식이 지금처럼 몇몇 회사의 시혜적인 사내복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다면, 네덜란드처럼 개개인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 또한 커지겠죠.
저자가 슈퍼매니저의 고임금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 재밌습니다. 과연 슈퍼매니저들이 그렇게 많은 임금을 받을 만큼 성과를 내는 것인가라는 부분인데요.
어쩌면 성과주의의 핵심은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다.’라는 원칙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뒤집어진 형태, 즉 ‘보상받는 것은 그만한 성과가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라는 원칙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과 관계의 뒤집어짐, 그 속에서 모호해지는 인과 관계, 그것이 바로 물신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본이 원하지 않는 능력은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지죠. 우리는 이렇듯 물신이 깊숙하게 들어온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보니 한동안 많이 들려오던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사실은 빼앗긴 시간주권을 찾아오는 비장한 일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됩니다.
질문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도로시 리즈의 <질문의 7가지 힘>이라는 책인데요.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죠? 개방형 질문을 하라고도 하고, 육하원칙으로 물으라고도 하죠. 이 책에서는 개방형 질문을 스스로, 가족에게, 동료들 사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요.
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 생각이 났어요. 그는 모든 상황에서 질문을 기가막히게 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가 나타나서 대화를 시작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놓치고 있던 문제들을 짚어내고, 해결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죠. 그와 일 할때면 그가 하는 말을 홀린듯이 듣곤 했습니다.
도로시 리즈는 육하원칙 보다는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라고 권합니다. 1 또는 2를 선택하는 질문보다는 육하원칙이 낫겠지만, ‘생각해보라, 묘사하라, 분석하라, 해석해 보라’ 같은 질문을 해서 상황이나 문제를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죠. 떠올려보니 제 동료도 그런 질문을 잘 했던 것 같아요.
또 중요한 것은 질문이 듣기를 잘 하게 되는 통로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질문을 하는 것으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질문의 대답에 연결하여 거듭 질문을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질문을 해야한다고 해서 주제를 넘나들며 심문식의 질문을 해서는 안 되겠어요.
책에서 딱 한 가지만 배워간다면 ‘확인 질문’을 하는 것이예요.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으로 중요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고, 또 대화한 내용이 충분했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이 모든 질문에 관한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겠죠. 더 좋은 선택을 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질문을 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어떻게 하면 독서량을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다음 세 가지를 떠올렸었죠. 1. 짧은 글을 2. 매일 3. 하루 중 일찍 읽자고요. 그로부터 반년 정도가 지났고 제 독서 습관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 세 가지 말고도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매달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예요. 2월 포스팅을 의식이라도 하듯 3월에는 단편 위주로 꾸역꾸역 읽다가, 4월엔 이사 등을 이유로 손을 놓다시피 했어요. 5월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죠. 그러다 6월에 독서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제주도에 사는 오랜 친구네 놀러 갔는데요, 그 친구의 거실 벽면은 책으로 가득했어요. 낮 동안 밖으로 놀러 다니다가도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책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흥미로운 책을 하나씩 꺼내보게 되었죠. 여행 중이니 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웹툰 모음집을 저녁마다 한 권 씩 읽었어요.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가볍게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참 좋았고요. 책을 덮고 잠을 청할 때면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를 읽게 될까하는 기대를 하게 됐어요. 친구네 집에서 묵는 단 며칠간 1일 1권을 했던 경험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다시 깨워주었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사는 환경은 친구네와는 많이 달랐어요. 거실 벽에 책이 가득하기는 커녕, 제가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던 탓에 집에 있는 책들은 다 오래 전에 읽은 것들이었고요.
물론 저도 저만의 책장이 있긴 해요. 리디앱이나 아마존 킨들앱에요. 하지만 거기엔 제가 예전에 사서 읽은 책, 또는 지금 읽으려고 사는 책이 대부분이라, 막상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그럼,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책을 골라볼 수 있는 환경은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전자도서관이요. 전자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가입을 하고 앱을 깔아 로그인을 하면 수 많은 책이 대출을 기다리는 그 곳 말이에요. 전자도서관에는 아직 동네 도서관만큼 책이 많지는 않지만, 점점 전자책 출판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만큼 전자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신간이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집에서 바로 대출해 볼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이예요.
다시 2월의 궁리로 돌아가볼까요? 짧은 글을 매일, 일찍 읽어야 많이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저의 기대는 이제 반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세 가지를 합한 것과 책의 접근성이 거의 같은 비율로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책이 있어서 사모으거나, 책을 소장해야 읽을 맛이 난다는 분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것이 부담이 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도서관 또는 전자도서관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비용과 공간을 아끼면서도 다독으로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