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가 냅다 달리기
어서오세요. 어떻게 여기 들어오게 되었나요? 잠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볼까요. 그리곤 더욱 깊게 포옥 내쉬어 보세요. 한 번 더. 크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고. 약간 마음이 열리는 것 같지 않은가요?
지난 토요일은 맑은 하늘과 햇살이 예보된 날이었습니다. 일어나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커튼을 열었는데 맑은 하늘은 커녕, 창밖은 온통 안개가 자욱하더군요. 커피 한 잔 하며 어떻게 할 지 잠시 생각하다가, 곧 운동복을 주섬주섬 꺼내었습니다. 기능성 긴팔 티셔츠에 긴바지, 몸을 따뜻하게 해줄 겨울용 러닝자켓, 스포츠 양말까지 신으면 준비 끝. 생각은 짧게할 수록 좋습니다. 나가서 달릴까 말까라는 세상 진지한 고민이 뼈대에 살을 붙이기도 전에 얼레불레 나가는 것이 전략입니다.
안개 때문인지 공기가 차서 지퍼를 턱밑까지 올렸습니다. 처음 달릴때는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마음이 듭니다. 끝까지 잘 달려야 할 텐데.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뎌봅니다. 숨이 너무 빨리 차는 것은 아닌지 살핍니다. 평소엔 공원이 시작되는 1킬로미터 지점은 가야 몸이 풀린 기분이 드는데 이 날은 왠일로 그 반쯤부터 벌써 제법 달리고 있었습니다. 안개로 운치를 더한 동네 수로를 찍으며 잠시 숨을 골라봅니다.

어라, 몸이 왜 가볍지? 하며 또 한 발, 한 발 디뎌봅니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달리지 않기 때문에 어디가 갑자기 아플지 모릅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속도를 낮추고 몸을 풀고 편한 자세를 찾습니다. 이 날은 왼쪽 발목이 당첨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속도마저 붙어 내심 놀랐습니다. 혹시 전 날 목욕을 해서 몸이 부드러워졌나? 요즘 마시기 시작한 프로틴쉐이크가 가속 엔진 역할을 하나? 이유가 궁금한 저는 잘 해도 문제이죠.
총 4킬로미터를 달리고 집에 돌아오니 이웃집 할머니가 집 앞 자그마한 텃밭에 핀 꽃을 보러 나와 계십니다. 차 한 잔 하겠냐고 하기에 넙죽 그러겠다고 따라 들어가 차랑 부활절 쿠키를 얻어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상 그대로 이루어지는 달리기란 없습니다. 이 날도 그렇죠. 원래 안개대신 해가 날 예정이었죠. 다리에 이렇게 힘이 붙을 줄은 몰랐죠. 끝에 맛난 차와 쿠키까지. 계획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일단 나갔고, 매우 기쁘게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달릴까 말까 주저된다면, 너무 멀리 자세히 계획하는 대신 마음을 열고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예상 못 했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