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을 듣고 책을 검색해 보았어요.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았을 땐 이미 앞에 예약이 여섯명이나 되어있더라고요. 예약을 걸어두고, 이 책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사이 굥은 기어이 자신의 운명을 정해버렸습니다. 그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도 두어번 다녀온 후에야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워낙 유명한 분이니 저자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저에게 있어 이 분은 탁월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사실을 잘 버무려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그 아야기를 사람들에게 잘 심는 분이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어글리한 굥을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라고 묘사한 것은 참 절묘했습니다.
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의 무지함을 지적하는데 아마도 국민의 20% 정도는 동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잘난 사람들끼리 조금 덜 잘난 사람들보고 모자라다고 쑥덕거리며 비웃을 때면 저는 관람하는 입장에서 곧잘 소외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다만 굥이 ‘독재자가 될 능력이 없을 뿐, 말과 행동방식은 독재자의 것이다’라고 지적한 부분은 깊이 동감합니다.
굥에 대한 묘사나 진단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언론을 비판한 부분이었는데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저는 평소 국내 언론은 시사IN를 주로 읽는 편이고 요즘은 경향이나 한겨레에도 손이 차마 안 갔는데, 유시민씨의 진단은 이랬습니다.
『한겨레」를 비롯한 ‘기자들의 언론’은 스스로 균형을 잡는데 치중한다. 편향되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일에 힘쓰지 않는다.
고래와 새우의 싸움에 기계적인 중립이 균형일리 없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를 위한 가치를 대변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시피 느껴지는 상황에 적절한 진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굥으로 돌아가서.. 유시민씨는 책에서 탄핵이 최선이 아니라며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글을 쓴 시점에서는 정말 잘 봐줘야 동의를 할 수 있을까말까 한 주장입니다. 코끼리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걸 사람탓이라고 하는데, 그 탓만 할 수 있나요.
퇴임 대통령이나 탄핵 당한 대통령을 구속하고 기소하고 유죄선고를 내리는 것은 최악의 사태다. 이미 여러 번 했다. 이젠 그만두어야 한다.
대통령이 범죄자면 탄핵하고 구속하고 기소하고 유죄선고를 내리는 것이 바로 코끼리를 도자기 박물관에 넣은 책임을 지는 태도일 것입니다. 물론 지지자들에게는 굉장한 타격이 있겠습니다만, 민주주의의 기초적인 법칙을 뒤집어가면서 코끼리를 보살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도 스스로 퇴로를 막아버린 바람에 사임 같은 것은 옵션이 아니게 되었지만…
결말을 알고 보는 여러 시나리오는 김이 샌 측면이 있지만, 굥의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본 이유와 가능한 미래를 점쳐본 통찰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언론, 검찰, 한국의 정당 등등 사회의 여러 부분을 조망하고 진단한 점에서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