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뉴이어 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밤새 돈을 태워 폭죽을 날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웅장하게 시작한 그 1월도 지나버렸어요. 해바뀜의 흥분도 지난 일이 되었고, 가득 찼던 헬스장도 서서히 연평균의 인구밀도를 찾아가고 있겠죠. 팀 미팅 중에 제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이제 11개월 남았다고. 다들 웃으면서 열 한달이 지나면 무슨일이 일어나냐 했더니 새해가 온다고 해서 ‘갑분’ 씁쓸해진 기억이…
이렇게 평범한 날들이 다가오는 것 같지만 한국인에겐 곧 설날이 다가오고, 신년 계획의 두번째 ‘쵠스’가 찾아옵니다. 1월 1일 부터 뭔가를 시작했다면 그게 잘 되어가고 있는지, 이대로라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같은 생각을 해 보고요. 물론 설날에 두 번째 떡만둣국도 잊지 말아요. 왜 두 번째냐면, 1월 1일에도 먹었잖아요.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사실 저는 지난 몇 년간 주로 12월에 계획을 세웠어요. 일부러 12월에 했다기 보다는, 1년을 돌아보는 그 때 자연스럽게 새 목표도 떠오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새해에는 회사에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오르고싶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는 뭐하러 1월까지 기다리겠어요, 바로 시작하는 거예요. 새해 즈음해선 저의 새 계획은 이미 일종의 습관이 되어있었어요.
하지만 지난 12월은 특별한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스스로 재촉하지도 않았죠. 이미 그 전에 매해 12월에 시작한 “새해 계획”들이 습관으로 굳은 것도 적지 않고요, 작년에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나 했으니 올해는 좀 쉬어 가자라는 마음도 있고요.
그럼에도 느슨하게, 아주 느슨하게 올해 하고 싶은 것을 말하자면… 수영이랑 블로그 정도가 떠오르네요. 물이랑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스킬이 부족하니 수영을 시작해 초급 정도로 다지고 싶어요. 그리고 방문객 보다도 덜 들여다보는 이 블로그에도 자주 오고 싶죠.
올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시작하셨나요? 아직인가요?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돌아보고 아주 작은 도약이라도 계획을 세워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3주 계획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공항에 들어오자 마자 핸드폰의 비행기 탑승 모드를 끄고 일단 급한 연락부터 하게되죠? 그런데 해외에서도 잘 쓰던 번호가 정지가 되었답니다. 수상하게도 발신만요. 그래서 일시적 오류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메세지에서 제공하는 링크를 사용해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해보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어요. 114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IMEI 정보가 국내에 등록되어있지 않아 발신이 정지된 것이라고 해요. 어느 폰이든 114를 누르면 사용하시는 이동통신사의 고객센터로 연결됩니다.
상담사께서 네이버로 들어가서 IMEI로 검색하면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져서 거의 알아듣지 못 했지만 상담사께서 인내심을 발휘하시는 동안 네이버에서 IMEI를 검색해 볼 수 있었네요. 저처럼 네이버를 검색엔진으로 쓰시지 않는 분들은 http://www.imei.kr 로 바로 가셔도 됩니다.
이전엔 꼭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개통이란 걸 했어야 했다면, 이제는 단말기 식별번호를 이용자가 직접 등록한 후 모바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제도가 시작된 지는 오래 되었고, 작년에도 같은 폰에 같은 심을 사용했었는데 올해 와서 왜 도로 사용이 막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IMEI 정보를 폰에서 찾는 방법, 등록방법 등은 사이트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금방 따라할 수 있었네요. 상담사는 IMEI 번호를 등록하면 바로 쓸 수 있다고 했지만 발신정지는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114로 다시 전화를 해봤는데 더 이상은 연결이 되지 않더라고요. 일단 1:1 문의를 남겨놓고 하릴없이 이통사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져보는데 이통사 꿀정보라는 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단말 명의 불일치, IMEI 등등 낯익은 이야기들이 보였어요.
그리고 또 보인 것들… 이통사의 연락이 시원찮다는 원성들… 후움… 이게 쉽게 해결이 안 될라나…
다시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는데 이런 구절이 보입니다. 1:1 게시판을 통해 IMEI를 남겨주시면… 빠르게 조치…!!
그래서 남겨놓았던 1:1 문의를 재빨리 수정해 IMEI 번호를 남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발신 정지는 풀렸고 사이트에서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사이트에 등록 후 3-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말이 어딘가에 적혀있었다면 안달하며 이리저리 찾아보지 않았을텐데 그건 좀 아쉽네요. 전화연결도 매끄럽지 않았고요.
결론은, http://www.imei.kr에 정보를 등록한 후, 이통사 고객센터에 IMEI 정보를 함께 남기면 가장 빨리 해결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급하게 연락 할 곳들이 많을텐데 발신정지는 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일을 겪으시는 분들이 후딱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녁 7시쯤 지나 시작한 저녁식사를 새벽 4시가 다 되어 넘어서 마무리 했으니 각자 침실로 돌아가며 ‘일단 푹 자자’고 합니다. 그 전에 했던 ‘내일 11시쯤 나가면 좋겠지?’ 같은 말은 잠시 외면하고요. 요즘은 해가 엄청 일찍 뜹니다. 암막 블라인드를 내리고 늦잠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봅니다. 그리고 눈을 뜨니 11시… 약속한 시간에 나가긴 글렀지만 다들 꿀잠 잤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습니다. 나가 노는 것도 좋지만 모처럼의 연휴기도 하니까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먹고 루방 라 뇌브 Louvain-la-Neuve 로 향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집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므로, 일단 해장 겸 볶음국수를 먹어봅니다. 키오스크에서 베이스가 되는 면이나 밥, 야채, 단백질 (고기 또는 두부). 소스, 토핑을 따로 고르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넓은 쌀면과 오리고기, 베트남 스타일 소스를 골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습니다.
입가심으로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도 한 잔 하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배불리고야 보이는 경치…
루방 라 뇌브는 새 루방이라는 뜻이예요. 비교하자면 서울의 대방동과 신대방동, 이런 관계라고 할 수 있을라나요. 특이한 점이라면 루방은 벨기에 북쪽의 대학도시이고, 대학을 옮겨오고자 조성한 이 계획 도시 새 루방은 벨기에 남쪽에 있다는 점이죠. 루방은 플란더르어를 쓰는 지역에 있어서 이름도 루방의 플란더르어 식인 레우벤 Leuven 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계획된 교육 신도시 답게 학교와 상권, 나지막한 아파트, 그리고 녹지가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네덜란드에서 흔하게 보는 일종의 신도시들은 녹지와 상권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루방 라 뇌브는 쇼핑몰까지 알차게 들어서 있어서 활기찬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특이하게도 보이는 빈 아파트들 마다 ‘임대’라고는 붙어있어도 ‘매매’라고는 붙어있지 않았어요. 듣자하니 여기 주거공간은 정부로 부터 최대 100년까지 임대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겠네요. 누구라도 살고 싶을 신도시를 만들고 누구도 소유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해놓다니. 공적 자원을 투입해 누구라도 같은 조건에 살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계획도시라… 다음에 또 시간내서 놀러 오고 싶네요.
친구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후식을 미리 샀습니다.
친구가 집 근처에 홍합 맛집이 있다며 데려가 주었습니다. 한 페이지 가득한 홍합메뉴.. 저는 마늘 크림소스를 골랐는데 알도 크고 진한 크림이 정말 맛있었네요.
곁들인 상세르 와인과 집에 가서 나눠먹은 케잌입니다. 이 날은 적당히 먹고 마시고 자정 전에 모두 잠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매우 짧은 하루였네요. 재밌고 알차서 짧은 줄도 몰랐지만요.
요즘 좀 바빴습니다.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이사갈 곳에 가서 뭔가를 부수거나 청소를 하면서 지내고 있었죠. 그러던 중 벨기에에 살고 있는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집들이 차 놀러오지 않겠냐고.. 친구가 제안한 주는 마침 긴 연휴였어요. 네덜란드는 목요일이 공휴일에 회사에서 금요일을 징검다리 휴일로 지정해 주말이 나흘이나 되었죠. 새 집에서 하루 일을 하더라도 사흘이나 더 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말이 나오기 무섭게 아묻따 가겠다고 일단 대답을 해두었습니다. 당분간 휴가갈 계획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딜 가게 되니 무척 신이 났죠.
기약한 그 날은 금방 다가왔습니다.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 길을 나섰습니다. 친구네 까지 직행 열차는 없고, 브뤼셀에서 한 번 갈아타야 되더군요.
로테르담에서 브뤼셀을 가는 기차는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탈리스 Thalys라고 하는 벨기에 고속열차입니다.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잇는 노선으로 유명하고 지정좌석에 조금 비싼편입니다. 브뤼셀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려요. 다른 방법으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흔한 IC 열차인데 대도시 사이를 잇는 급행 정도로 보면 됩니다. 탈리스에 비하면 반값정도 되고 자유석이면서 시간도 자유롭습니다. 브뤼셀에는 2시간이면 도착하고요. 기차역에 걸어가면서 IC 표를 예매하고 다음 기차를 기다립니다. 브뤼셀 가는 IC기차는 매 시간 한 대씩 있습니다.
갈아타는 기차까지 시간이 비는데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브뤼셀 역들을 검색했습니다. 브뤼셀엔 기차역이 여러곳이고, 어느 역에서 내리더라도 친구네 가는 기차로 갈아탈 수 있거든요. 북역은 좀 심심하고, 미디역은 유로스타나 탈리스 환승역이라 복잡하죠. 센트럴역에서 내리기로 합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주변을 걸어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브뤼셀만 해도 왠지 모를 남국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프랑스 문화가 깊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마침 날씨도 거의 여름 날씨고요. 아마 브뤼셀도 징검다리 휴일이었는지 도심 곳곳 테라스마다 사람들로 가득가득 했습니다.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다만 한 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 한 것이 있었는데, 브뤼셀은 언덕이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지도만 보고 대략 정해놓은 길이 매우 오르락내리락해서, 햇살 좋은 날 걷고 있으니 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나중엔 입고 있던 바람막이와 스웨터마저 벗어버렸죠.
잠깐 휴양 도시의 기분만 느끼고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역 내부의 장식이었어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철도 노동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벽을 채우고 있더군요. 앤트워프역의 거대한 시계장식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저는 이렇게 누군가를 기억하는 장소를 좋아합니다.
기차를 타려면 지하 2층 플랫폼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지하 1층 계단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웃고 말았습니다. 네덜란드처럼 언제 바뀔지 모르는 기차 스케줄에 대비해 위에서 기다렸다가 탑승 직전 플랫폼 확정이 나면 내려가려는 것이지요. 믿을 수 없는 열차 스케줄에 사람들도 나름 대처를 하는 모양입니다.
곧 기차가 왔고 이것은 무엇인가… 마치 지난 세기에 만들어진 듯 한 기차입니다. 지저분한 외관 하며, 네덜란드에 비하면 벨기에는 좀 험한 곳이었지, 떠올리곤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내부는 놀랍도록 깨끗하고 세련되기 까지 해서 이내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내 도심을 지나 차창 밖으로 숲과 농가가 펼쳐졌고, 가슴까지 확 트이는 기분이었달까요.
역에 도착해서 마중나온 친구와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이 지난해 이른 봄 앤트워프에서 였더라고요. 그간 지내온 이야기들을 하며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론 돌아보니 여덟시간씩 먹을 필요는 없었긴 하지만 정말 모처럼 여유롭게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죠.
친구가 끝없이 내오는 음식 중에 치즈도 있었는데요. 왼쪽부터 프랑스의 꽁떼, 벨기에의 브루허, 비어치즈, 그리고 제가 네덜란드에서 가져간 베임스터와 큐민치즈 입니다. 벨기에는 특이하게도 치즈에 소금을 찍어 먹는다고 하네요. 그냥 소금이 아니고 셀러리 향이 강하게 나는 소금입니다. 매우 독특했죠. 치즈는 주로 그냥 먹고 종종 머스터드나 과일잼을 찍어 먹는 줄로만 알았는데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가 자격증까지 갖춘 와인 전문가인 덕에 모처럼 참 맛있는 와인을 마셨습니다. 10년 가까이 숙성한 보졸레라니 듣기만 해도 신박한데 와인의 색, 향, 맛, 모두 너무나 완벽했죠. 나중에 마신 보르도 보다 전 이 숙성 보졸레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친구 남편이 특별히 구운 초콜렛 케이크 까지 먹고 새벽 세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를 했네요. 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말까 하는 진지한 고민과 함께요.
브뤼셀을 지나는 여정과 친구를 만나 마라톤같은 저녁을 먹은 걸로 간단히 요약되는 하루였지만 참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