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ryubary

  • 아이폰과 옵시디언을 활용한 생각 정리 방법

    아이폰과 옵시디언을 활용한 생각 정리 방법

    출근길에 멍때리다가, 또는 누군가 대화하다가, 밥 먹다가 문득, 선크림은 무얼 써야 할까? 어제 읽은 책의 작가가 쓴 다른 책 또 없나? 요즘 대파는 얼마…?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갑니다. 그 생각들은 이따 저녁에, 모레 아침에, 한 2주 후에 다시 생각나는 것들도 있고, 또는 생각난 그 순간 날아가버리죠.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요즘 간단한 툴을 만들어 가능하면 그 생각의 끝을 잡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준비물은 아이폰, 옵시디언, 단축키입니다. 구경 한 번 해 보실래요?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아이폰을 손에 들고 보는 식으로 잡고 손가락으로 카메라가 달린 폰의 뒷면을 ‘톡톡’하고 두 번 쳐줍니다. 그럼 제목이나 주제를 적고, 세부 내용을 적는 거예요. 이렇게 하고 나면 옵시디언에 오늘의 날짜와 주제를 제목으로 단, 세부내용이 들어있는 옵시디언 파일이 하나 생기는 거죠. 참 쉽죠?

    예를 들어 제가 이 블로그를 누가 읽는지 궁금해 한다고 칩시다. 문득, ‘블로그엔 누가 들어오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겼죠. 그럼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을 – 메리포핀스 여사가 구두 뒷굽을 딱딱 부딛히듯이- ‘톡톡’ 쳐주는 겁니다. 타이틀에 ‘블로그엔 누가 들어오는 걸까?’라고 쓰고 Done을 누릅니다. 그럼 또 하나의 창이 나타납니다. 거기엔 ‘블로그 유입 확인 방법을 검색해보자’라고 쓰는 겁니다.

    자 이제 옵시디언 앱을 열고 확인을 해 봅시다. 제 인박스 폴더에 이 글이 잘 저장되어 있죠? 본문은 길게 생각나면 길게 적어도 됩니다. 다만 주제는 간단한 게 좋겠죠. 이렇게 저장한 글의 제목엔 작성 날짜도 들어가 있어서 유용합니다. 한 주의 생각들을 모아서 정리하거나, 생각의 시간별 흐름을 이해할 수가 있거든요. 이렇게 무작정 써놓기만 했는데 폴더에 짧은 제목만 주르르 가나다순으로 있는 것 보다는, 날짜별로 모아서 보는 것이 편리하더라고요.

    메모가 모인 옵시디언 화면
    메모가 모인 옵시디언 화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아이폰과 옵시디언을 쓰시는 분이라면 이렇게 생각을 모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톡톡’ 한 번으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일단 쌓아놓고, 시간이 날 때면 그 쌓아놓은 생각들을 모아모아 정리하고 있어요. 뒤늦은 검색을 하거나, 막연히 해야겠다 싶었던 일을 하거나, 엉성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다듬거나 하는 식으로요. 기본 노트가 옵시디언이니 관련된 내용은 모으거나 연결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죠!

    아이폰 후면탭 활용 방안

    아이폰 후면을 노크하는 것은 설정 > 손쉬운 사용 > 터치로 들어가 ‘뒷면 탭’ 또는 Back Tap을 켜고, ‘더블 탭’에 해당 단축어를 선택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앱에 들어가 새 글쓰기를 선택할 것 없이 그저 ‘톡톡’ 치기만 하면 후루룩 자동화된 메뉴가 뜨기 때문에 마치 마술봉을 쓰는 것 같은 편리함을 주는 메뉴입니다. 이 ‘뒷면 탭’ 기능은 단축어 대신에 시리를 부른다던가, 아이폰 후면의 조명을 켠다던가, 홈 화면으로 돌아간다던가 하는 메뉴를 지정해서 쓸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단축키는 어떻게 하느냐… 는 아래 ‘옵시디언 노트 단축키 가져오기’ 링크를 눌러 단축키를 가져다 쓰시면 되겠습니다. 아래 단축키 프로세스는 제목과 내용을 넣은 마크다운 파일을 생성하는 방식이므로, 단축키를 받은 다음에 마크다운 파일을 저장할 폴더 위치만 설정해주시면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저는 옵시디언 파일들을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해 여러 기기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아이폰만 사용하는 분들은 아이폰 안의 위치를 지정해 주셔도 좋습니다.

    >>옵시디언 노트 단축키 가져오기<<

    처음에 설정하기가 조금 살짝 아주 약간 수고스러워서 그렇지, 세팅이 끝나면 정말 강력한 생각 모으기 툴이 됩니다. 아이패드에 노트패드를 항상 붙여다니는 느낌이랄까요.

    이미 비슷한 기능을 사용하고 있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혹시 내용 중에 틀린 부분이나 정확하지 않은 부분들을 지적해 주시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생각 정리 방법 어떠신가요? 아이폰, 옵시디언, 단축키를 사용하는 분들이 좀 더 간편하게 생각을 모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물 좋아했었네, 나…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이 서서히 느려집니다. 지금 쯤이면 샤워를 끝내고 싶었던 시간인데 괜시리 이런 저런 순서를 추가합니다. 등에 비누칠을 했던가, 발 뒷꿈치는 밀었나, 어디 아직 미끌거리는 곳은 없나,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집니다. 짧고 굵은 샤워를 하겠어, 라고 다짐하던 순간은 멀어져만 갑니다.

    비 오는 꿉꿉한 날씨에 나가서 걷고 들어왔으니 샤워를 하는 건 현대인으로써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라고 자기합리화를 해 보지만 이내 마음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제 수영 강습을 가지 못 한 아쉬움을 샤워로 달래고 있음을. 이런 제 마음을 누가 들었다면 수영 이즈 마이 라이프, 마이 라이프 이즈 수영, 수영 아니면 죽고 못 사는 사람인가 하겠습니다. 실제로 터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제 회사 동료는 기억하는 한 늘 수영을 했으며 네덜란드로 온 후 수영을 반 년이나 못 했다며 진심으로 서운함을 토로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물에 아직 잘 뜨지도 못 하는 제가 바로 그 톤으로 수영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니. 게다가 꿩 대신 닭이라고 수영 대신 샤워물을 튀기고 있는 제가 낯설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네요.

    강습을 뭐 오래 받은 것도 아니에요. 부모님께서 이사를 하면서, 잠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저도 ‘더불어’ 신도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루도 기다릴 이유가 없다며 그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 초급 강습을 냅다 등록했어요. 그리곤 발차기와 함께 시작한 수영 강습 겨우 3주차에, 수영 금단증을 경험하게 된 겁니다. 도대체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사실 수영을 하고 싶은 지는 1년 쯤 되었습니다. 아니, 3년 쯤 되었나요. 어느 날 부터 문득, 머릿속에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어요. 코로나로 여행을 못 하던 어두운 시절, 저는 윤슬이 반짝거리는 지중해 해변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또는 어느 스파의 커다란 풀이랄지, 아니면, 작은 풀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욕조라도 자주 떠올려 보았네요. 역시 혼자 그 많은 물을 쓰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욕조에 물을 채운 날은 얼마 되지 않지만요. 매일 매일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심각하게 들으며, 한편 저의 머릿속은 물 이미지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팬데믹 당시 네덜란드에서 모든 활동이 중단 되었어요. 하지만 수영과 테니스 만은 이어졌죠. 테니스는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수영은 염소에 바이러스가 다 죽는다는 외부인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에서요. 오호라, 이참에 나도 한 번? 하지만 전 수영장을 가지 못 했어요. 다른 활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영장으로 테니스장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거든요. 제가 자주 가는 숲으로 갑자기 몰리는 사람들만 봐도 수영장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죠. 게다가 저는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는데… 네덜란드의 자유 수영은 레인 안에서 한 방향과 일정한 속도의 자유만 허락될 뿐. 개헤엄을 잠깐 쳤다 말았다 하는 수준으로는 수영장을 왕복할 수 있을 리가 없거든요. 그 전에 몸을 띄운다는 감각을 잘 모르거든요. 몸을 띄운대도 제 어깨의 강인함을 신뢰하지 않거든요. 네덜란드에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이 어물쩡 자전거 도로에 있다간 봉변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수영장의 벡터값을 맞출 수 없는 사람이 수영장 레인에 우두커니, 아니 잠깐 멈칫이라도 했다간… 그 끔찍한 상상을 거두기 위해 머리를 저어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성인 수영 강습이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그러던 가운데 자가격리 장벽은 무너졌고, 스페인의 테네리페 섬으로 드디어 휴가를 갔습니다. 어느 추운 아침 잘 보존된 원시림을 걸어 돌아나오자, 오후의 뜨거운 해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했던 숲과는 다르게 맑은 하늘과 작렬하는 태양, 그리고 손을 담그면 퍼렇게 물 들어버릴 것 같은 바다를 눈 앞에 두고, 긴 등산복을 겹겹이 입고 등산화를 신고 있는 TPO가 글러먹어도 심하게 글러먹은 저… 너무 추웠던 아침 날씨를 원망하고, 또 ‘만약’을 고려하지 않은 저를 원망했습니다. 다 벗어던지고 퐁당 빠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들고 바지를 둥둥 걷어 해변을 걸어보았어요. 지금도 생각하지만 그 때 왜 그냥 옷 입은 채로 그 얕은 물에 쓰러지지 않았던가… 그 후로 제 머릿속은 찰랑이는 물에 온전히 점령 당하고 맙니다.

    그러고도 삶은 계속 되었죠. 주 하루 출근은 이틀이 되고, 청명한 가을에 한국에 가서 로드트립을 하고, 네덜란드의 우중충한 크리스마스를 빠리에서 극복하고… 다시 봄이 왔어요. 이제는 성인 수영 강습에 관련된 브라우저를 늘 열어두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케냐에서 온 동료가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입니다. 브라우저의 강습 등록 페이지는 제 개인 컴퓨터로 모자라 회사 컴퓨터에도 열려있게 됩니다. 하지만 저의 2023년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집을 매 주말마다 오가다 결국 이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므로, 애꿎은 물만 머릿속에서 계속 출렁거렸어요.

    두 집을 오가던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스웨덴으로 휴가를 갔을 땐 또 어땠게요. 일찍 일어나 아직 덜 깬 눈으로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멀리서 들려오는 참방참방소리… 이건 새도 아니고, 뭐지? 하고 둘러보니 그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 호수를 누군가 잔잔히 가르는거예요. 몸에는 부이만 하나 단 채로, 멀리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손인사를 전하는 저를 빼면 아직 다들 잠들어있을 그 시간에, 거울 같은 호수를 홀로 가르는 아 저 멋진 사람. 이제 수영은 운명이 됩니다.

    그러던 차에, 휴직을 하고 한국으로 잠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이 인근 수영장이 세 곳이나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하신 것이예요. ‘텍마머니’같은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거죠. 등록할 땐 이사도 하기 전이라 ‘관외거주자’ 가산 50%를 기꺼이 감수했지요. 솔직히 소풍가는 날 보다 더 기다려지던 첫 초급 강습을 ‘치르고’ 3주가 지난 지금, 왜 아직도 화요일이 아닌거죠.

    어째서 물이 제 머릿속을 지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건 이렇게 정기적으로 만나게 된 물이 더 없이 좋다는 겁니다. 그 동안 수영을 거의 안 하고 살아 온 사람치고 새삼스럽게 좋습니다. 온 몸으로 부드러운 물을 가르고 있으면 다른 그 무엇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라앉는 것 보다는 뜨는 편이 물을 더욱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저는 열정적으로 수영 강습을 다닙니다.

  •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 나를 위해

    올해는 류츠신의 삼체로 새해를 시작했어요. 12월에 1권을 읽기 시작해 1월엔 2권을 끝냈죠. 문득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니 열두 권이 나오네요. 망했네요. 작년 이맘때 그래도 여덟권은 읽었거든요.

    물론 작년엔 초반에 달리다가 중후반에 느려진 편이었으니, 올해는 초반에 느슨했다가 나중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요, 장사 하루이틀 합니까. 제가 저를 좀 알거든요.

    책이란 게 류츠신의 삼체처럼 두꺼운 책은 좀 더 오래 걸리고 헨리 빔 파이퍼의 헌터 패트롤 같은 단편은 금방 읽고 그렇지만요, 그런건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 말기로 합니다. 또 독서의 질이 중요하지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있죠. 하지만 양이 따라줘야 질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니 최대한 단순화 해볼게요.

    그래서 곰곰이 궁리를 합니다. 아무튼 작년보단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 대략 세 가지가 떠올랐어요.

    첫 번째는 짧은 글을 읽자는 겁니다. 삼체처럼 장대한 스케일의 글은 재미는 있어도 계속되면 버거울 수 있어요. 특히 제 독서 실력이라면 말이죠. 일단 짧으니 더 빨리 읽게 되겠죠. 그리고 어느 정도 짧은 글의 흐름에 깊이 적응해보는 것도, 간간이 긴 책을 읽는데 어떤 단위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그 다음은 그 짧은 글이라도 가능한 매일 읽자는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매일 읽고있지 않단 말야?’ 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직 아니에요. 바쁜 나날을 지나고 보면 사흘씩, 일주일씩 지나있기도 하다고요. 하루를 돌아보며 책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썼는지 돌아보면 매일 읽기에 도움이 되겠죠.

    그렇게 매일 꼬박 읽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루 중 가능한 일찍 읽어야겠죠. 해야 할 일, 하면 좋은 일, 안 해도 되었던 일, 하지 말아야 했던 일까지 다 하고는 책을 읽을 시간이 나지 않거든요. 말하자면 책 읽기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거죠.

    여름에는, 그 동안 나 책 좀 읽었다고 자랑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물건 정리

    지난 가을 이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 눈에 불을 켜고 끊임없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제야 끝이 조금 보이는 것 같네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씩 마음에 편안함이 깃들기 시작하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어 보이는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볼까 해요.

    일단 정리를 한다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어떻게 정리하세요? 저는 용도가 같거나 비슷한 물건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을 정리의 첫 걸음이라고 봐요. 그렇게 모인 물건의 자리를 정하고요, 그 자리에 들어가는 물건의 개수를 제한하죠.

    예를 들면 양말을 모아 보관할 자리를 정해요. 제가 정한 서랍에 다 들어가면 좋겠지만 새로 세운 옷장의 서랍은 이전보다 더 작아서 다 들어가진 않네요. 일상에 신는 양말, 운동용 양말, 수면 양말, 스타킹 등을 선별해 서랍에 맞게 넣습니다. 나머지는 박스에 넣어 다락에 치워두었어요.

    핸드크림을 정리해 볼까요. 일단 핸드크림을 다 모읍니다. 엄청 많네요. 욕실에, 화장실에, 책상 위에, 침대 맡에, 부엌에 하나씩 둡니다. 나머지는 또 박스에 담아 치워두었죠. 이런 식으로 물건마다 반복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쓰는 물건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중복되거나 아직 사용하지 않는 새 물건들은 박스 안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게 됩니다. 참 쉽죠?

    하지만 이걸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더 복잡해요. 현대의 삶에 쓰이는 물건은 참 다양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사 때 한 자리에서 그냥 모아 담거나 크기가 맞아 함께 담아둔 물건들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이삿짐을 꺼내느라 박스에 물건을 꺼냈다가도 분류 하느라 다시 박스에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담았다가 꺼냈다가…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하는 이유는, 일상에 뭔가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쓰고 물건의 홍수 속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일 겁니다. 잘 정돈된 공간에서 집중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물건 하나를 찾기 위해 이 박스, 저 박스를 열어보거나 임시로 물건을 둔 자리에 다른 것들이 섞여 출근 준비에 애를 먹던 날들은 이제 안녕입니다. 혹시 평소에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정리 한 번 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네덜란드의 공휴일

    매해 초면 달력을 보는 재미가 있죠! 공휴일을 확인하고, 어디쯤에 징검다리 휴일을 써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요. 저는 네덜란드에서 주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바로 정부 공식 공휴일과 회사에서 지정하는 의무 휴일인데요. 의무 휴일은 공휴일 언저리의 평일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매해 이틀을 지정하고, 공휴일과 연결해 긴 주말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2024년 공휴일을 일단 보면요.

    • New Year’s Day (새해 첫 날): 1월 1일 월요일
    • Good Friday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 Easter Sunday & Easter Monday (부활절): 3월 31일 일요일과 4월 1일 월요일
    • King’s Day (왕의 생일): 4월 27일 토요일
    • Liberation Day (독립기념일): 5월 5일 일요일
    • Ascension Day (예수 승천일): 5월 9일 목요일
    • Whit Sunday and Whit Monday (오순절): 5월 19일 일요일과 20일 월요일
    • Christmas Day and Boxing Day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과 12월 26일 목요일

    그리고 회사에서 지정한 의무 휴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성의 금요일: 3월 29일 금요일
    • 예수 승천일 다음 날: 5월 10일 금요일

    자, 이제 문제점(웃음)을 짚어볼까요? 일단 리스트가 매우 짧습니다. 평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은 2024년 7일 뿐이예요. 또 5월의 오순절이 지나고 나면, 크리스마스 까지는 공휴일이 아예 없어요. 다시 말하면 3월에서 5월 까지만 징검다리니 뭐니 해서 휴일 사이사이 일을 하고, 나머지 9개월은 노잼 그 자체입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죠?)

    휴일을 하나씩 보죠. 공휴일이라고 다 쉬는 날이 아니라는 것이 네덜란드 공휴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니, 뭐 이런게 다 있죠?) 의무 휴일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의 금요일은 또 다 쉬는 건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부활절만 쉬는 회사도 있고, 성의 금요일에 쉴 경우 제가 다니는 회사처럼 의무 휴일을 공지합니다. 또 독립기념일(5월 5일)은 5나 0으로 끝나는 해만 쉬는 아주 독특한 휴일입니다. 이런 휴일 또 보셨나요? 5년만에 한 번씩 쉬는 그 휴일이 얼마나 달콤할 지 상상이 가시나요?

    네덜란드는 매해 국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전국적인 파티를 벌입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토요일이라면 휴일이란 장점이 없어져버리죠. 대체휴일에 대해 네덜란드 왕실은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왕의 생일이 일요일일 경우에만 하루 전 날로 대체한다.’ 그러니까 토요일은 신경 안 쓴다 이겁니다. 그나마 적은 공휴일이 하루 더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흔한 국왕 생일날 암스테르담 (출처:https://dispatcheseurope.com/kings-day/)

    하지만 너무 고맙게도, 크리스마스가 수요일과 목요일이라 금요일이나 월, 화, 금을 빼면 줄줄이 놀 수 있겠죠. 그리고 회사의 5월 의무 휴일을 보면 예수 승천일인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도 쉬게 해서 긴 주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의 금요일을 낀 부활절까지, 황금연휴가 세 번이나 있네요!

    공휴일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주 단호박입니다. 네덜란드 정부 홈페이지(Which days are official public holidays in the Netherlands? | Government.nl를 보면요, ‘특정 공휴일에 피고용인이 휴일을 제공받는다고 명시한 법은 없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공휴일에 하루를 쉴 법적인 권리는 없다. 공휴일의 휴일 적용은 공동노동협약이나 고용계약서를 따른다’고 되어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죠?) 그런데 아무래도 일요일에 떨어지는 공휴일이 너무 많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비용을 지급하거나 기한 내 답변을 해야하는 경우, 그 기한은 토요일, 일요일, 또는 공휴일이 아닌 그 다음 날로 연기된다.’ 주말이나 공휴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업무의 공백을 감안해 딱 이 정도만 지정을 해 둔 모양이예요. 정말이지 깔끔하네요.

    이렇게 네덜란드의 공휴일에 대해 잠시 살펴봤습니다. 아래 대한민국의 공휴일과 비교하며 이 글 마쳐볼까 합니다.

    • 신정: 1월 1일 월요일
    • 설날(연휴), 대체공휴일: 2월 9일~11일 (금~일), 12일 월요일
    • 삼일절: 3월 1일 금요일
    • 22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0일 수요일
    •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5월 5일 일요일, 6일 월요일
    • 부처님 오신날: 5월 15일 수요일
    • 현충일: 6월 6일 목요일
    • 광복절: 8월 15일 목요일
    • 추석(연휴): 9월 16일~18일 (월~수)
    • 개천절: 10월 3일 목요일
    • 한글날: 10월 9일 수요일
    • 크리스마스: 12월 25일 수요일

    평일에만 총 15일입니다. 네덜란드의 두 배네요! 2024년 공휴일을 검색하다 느낀 점은 정보가 너무 많고 대신 공식 소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2023년 공휴일은 정책브리핑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런 자료가 꾸준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