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ryubary

  • 밑줄 노트 딜레마

    요즘 제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기술이자 공공서비스가 있으니 바로 전자도서관입니다. 오가는 수고를 덜어주고요, 나름 브라우징이나 검색을 간편하게 해줍니다.

    물론 도서관에 직접 가서 책을 손수 골라 가져오는 기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편리성과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독서 생활의 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돌연 도서관을 기웃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외에 생각치 못 했던 장점이 또 있는데요. 전자책을 빌려 읽으니 읽다가 맘에 드는 부분을 긁어서 모아두는데 몇 초면 충분합니다. 책을 다 읽고 그 모아둔 글만 읽으며 여운을 즐겨보기도 하고요.

    아들러와 황현산님의 책을 각 한 권씩 읽고 있는데요. 아들러의 책은 전자책이고 황현산님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아들러의 글은 짧고 번득이는 핵심적인 문장의 연속이고, 황현산님의 글은 유려하고 지식과 지혜로 가득 차 있죠.

    좋은 글,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만나면 글을 선택하고 복사를 해서 제 ‘밑줄 노트’에 옮겨놓고 있어요. 굿노트의 인덱스 기능이 편리해서 ‘밑줄 노트’ 전용으로 쓰고 있죠. 선택해서 복사하고 붙여놓는 방식 때문에 글을 긁어 모아놓는다고 하잖아요. 제 ‘밑줄 노트’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책을 읽다 보니 아들러의 통찰이 마음을 때릴 때는 금새 줄을 그어서 ‘밑줄 노트’로 가져다 놓는 반면, 황현산님의 아름다운 문장은 잠깐 음미하고는 다음 글로 넘어가고 있더라고요.

    가끔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놓기도 하는데 편리성 때문인지 전자책에선 후루룩 가져다 놓는 반면 종이책을 읽을 땐 글을 모으고 싶은 마음을 자주 참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 독서의 끝에 기록으로 남는 건 아들러의 글이겠죠. ‘밑줄 노트’를 나중에 다시 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요. 손으로 글을 옮기는 데에 조금 더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황현산님의 글을 앞에 두고 고민이 됩니다.

  • 코스모스 사진

    날씨가 참 화창했어요. 모처럼 만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참하기 좋은 날이었죠. 아침 저녁으론 쌀쌀해서 트렌치코트를 입기도 전에 코트 입게 되었다고 다들 불평이지만, 그래도 낮 시간 만은 자켓 걱정을 잊어버리게 하잖아요. 이런 날도 머잖아 가버리고 말테니, 부지런히 즐겨두는 게 좋겠어요. 오늘 찍은 코스모스 사진을 공유해요.

  • 동산 달리기

    종종 여행 중에 보는 광경이 있어요. 신선한 아침 공기, 여유로운 숲, 그 곳을 달리는 사람. 볼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이죠. 저도 그렇게 달리는 사람이고 싶고,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고 달려보는게 꿈이예요. 네덜란드에서 새로 이사간 동네에 근사한 공원이 많은데 언젠가 거기서 사뿐히 달리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조금만 세게 달려도 얼굴은 불타오르죠. 올해 한국에서 지내면서 수영을 시작했고 그게 제 운동의 거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네요. 여름이 길어지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고요. 아아 이대로 달리기와는 멀어지는가…

    그러다 갑자기 서늘해진 요즘, 햇살도 좋고 아직은 꽁꽁 싸매지 않고 나가도 다닐만 하니 자꾸 창밖을 내다보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들썩이는 마음을 데리고 나갔답니다.

    부모님댁 동네에 작은 동산과 팔각정이 있는데 왕복 3km가 조금 넘는 거리예요. 여름까지는 슬슬 걸었지만 오늘은 달려봤지요. 전에도 주로 평지만 달려서 어떨까 했는데 역시 언덕을 오르내리며 달리기란 쉽지 않았어요. 급히 거칠어지는 숨을 고르기 위해 반발짝씩 가보기도 하고요, 내리막 길엔 앞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조심했죠.

    팔각정에 가는 길이 주로 오르막 길이라 돌아갈 때는 쉽겠구나 기대했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어요. 어째서 가는 길도 오르막, 돌아오는 길도 오르막인가…

    얼굴은 좀 붉어졌지만 크게 헐떡이지 않고 호흡 조절을 잘 하면서 돌아와서 기쁩니다. 달리기를 하고 돌아올 땐 더 달릴 수 있을 것 처럼 힘을 남겨둬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머지 않아 또 팔각정으로 달리러 가보려고 해요. 이렇게 훈련하다 보면 네덜란드에 돌아가서도 잘 달릴 수 있겠죠. 자주 할 수록 더 잘 하게 되더라고요.

  • 노트 장만

    너무 예쁜 2025년 다이어리들

    요즘 서점에 가면 예쁜 2025년 다이어리들이 넘쳐납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것들만 대충 집어도 대여섯권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2025년이라고 쓰여있고 그 안에 각 월, 일이 기입되어 있는 다이어리를 제가 1년 동안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어요. 1년 짜리 다이어리를 완전히 채우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형식에 묶이는 게 조금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니 예쁜 다이어리들을 괜히 들었다 놨다 구경만 실컷 할 뿐이지요.

    저는 일지 기록은 대부분 디지털로 하고 있어요. 개인용은 주로 옵시디언에, 업무용은 회사 업무 플랫폼인 Office365 OneNote를 쓰죠. 거기에 추가로 작은 노트를 늘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거기엔 정해진 형식으로 나날의 기록을 하기 보다는, 머리를 비우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디지털로 기록을 충분히 하는 편이라 앞으로 노트는 아예 쓸 일이 없겠구나 싶던 때도 있었는데요. 어느 날, 인스타 재수님의 계정에서 하루에 무조건 3장을 쓴다는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고, 그게 은근 손에 익어버렸네요.

    티끌 모아 1년 다이어리

    이 손글씨 노트는 저와 저의 대화라고 해도 되고, 두서없이 막 떠오르는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언뜻 지나가는 생각을 적어두면 오래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적어둔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도 있더라고요.

    노트에 생각을 적는 것 외에도 월별 캘린더를 그려서 쓰고 있는데 한 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갖추는 최소한의 형식인거죠. 옆에 그 달의 간단한 to-do도 적어 굵직한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고요. 1년짜리 다이어리를 쓰는 대신 찾은 방법이랄까요. 그리고 다 쓴 노트는 예를 들면 ‘2023년 11월~2024년 02월’ 이런 식으로 적어 보관하고요. 모아두면 1년 다이어리인 셈이예요.

    로이텀1917 포켓 하드커버

    손으로 노트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그 동안 집에 쓰다가 던져둔 노트에 남은 부분에 필기를 이어 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쓰다 만 노트들이 꽤 많았거든요. 그걸 다 쓰고 이제는 새 노트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쓰던 몰스킨은 만년필이 너무 번지고 비치는 문제가 있었어요. 한 2년 전부터 로이텀1917을 사용하고 있는데 펜의 종류에 상관없이 비치지 않아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트도 로이텀으로 했어요. 휴대하기 좋게 포켓사이즈를 골랐죠. 작은 노트라도 하드커버가 지지를 잘 해주어 손에 들고 쓸 때도 편리해요.

    예전엔 필통을 갖고 다녔는데 써보니 자주 쓰는 펜 외에는 무겁게 들고만 다니게 되더라고요. 다만 펜만 한 자루 가지고 다니려니 가방에 잉크가 이리저리 묻을 것이 조금 염려는 되어요. 그래서 어떻게 펜을 고정해볼까 하다가 펜 클립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철제 클립은 소프트 커버에는 쓰기가 좋았는데, 하드 커버엔 너무 딱딱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고무밴드형을 붙여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노트에 철제 클립 vs 고무밴드

    이렇게 보니 예전의 저라면 쓸 상상도 못 했을 그런 노트예요.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저기에 대체 뭘 적는단 말인가’라며 전혀 이해하지 못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생각을 풀어놓을 저만의 대나무숲이 늘 지근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참 든든합니다.

  • 임시치아 이틀차 업데이트

    턱이 꽉 다물어지지 않아 매우 어색하고요, 그래서 턱을 살짝 떨어뜨리고 있는데 이것 자체로는 좋은 것 같습니다. 늘 입을 너무 앙 다물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잠시나마 위 아래 턱에 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은 꽤 마음에 들어요.

    근데에… 임시치아가 있는 쪽으로 씹지 못 하도록 일부러 공간을 만들어 둔 거라고 하지만, 그럼 다른 쪽으로는 잘 씹혔으면 했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반대쪽 어금니 모서리로 음식을 살살 씹어 넘기는 이 조심스러움…

    하지만 오래도 아니고 일주일만 기다리면 되니까 점잖게 참아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된 김에 과한 식사도 조금 줄일 겸.

    그나마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치과치료라 그저 흥미로운 마음으로 보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