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ryubary

  • 블로그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블로그 배경 테마를 미니멀에서 ‘다꾸’(보다는 ‘노꾸’)의 느낌으로 바꾸었습니다.

    상단의 메뉴를 한글화 하였습니다.

    상단의 메뉴에서 ‘Blog’를 없애고 첫 화면으로 가기는 ‘첫 페이지로’와 별도의 구독 페이지인 ‘구독하실래요?’를 추가했습니다.

  • 단풍

    잠시 소요산에 들렀어요. 해가 빼꼼 나온 틈을 타서 사진을 하나 건진 것으로 이번 가을은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새벽에 비가 내리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더라고요. 단풍이 지각한다고 하는데 이러다 스쳐가버리는 건 아닐지…

  • 월별 가계부 정리

    10월에 쓴 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네덜란드와 한국에 있는 모든 은행 계좌, 카드 사용 내역, 포트폴리오 컷오프를 모아 한데 정리하는 작업이죠. 그간 쓴 돈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보여주기 때문에 한 달을 돌아보는 방법으로 아주 그만입니다.

    요즘에는 자산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는 앱들이 너무도 많죠. 모든 계좌 현황을 보여주고, 카드 내역까지 모아서 나날의 지출도 모자라 추이도 보여주고, 씀씀이를 개선해주는 제안까지… 각 은행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서비스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앱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내역서를 일일이 다운받아 가공하거나 옮겨 적어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했습니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추려 9월 옆에 10월을 기록했고, 11월이 다 지나가면 옆에 11월을 기록하겠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료를 가공하거나 요약하면서 지출한 내역이 제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게 되고, 또 그렇게 나름의 분류를 통해 모아보면 지난 한 달을 어떻게 지냈는지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예요.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만 한 달에 한 번 하기에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간식을 옆에 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정리하면 즐거운 시간이 돼요. 아직 가계부와 친하지 않다면 한 번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 제발 넣지 말라고요

    화장실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절박한 메시지

    오늘도 만나고 말았습니다. 제발 변기에 휴지 넣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 이 메시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크지 않은 부탁이니 들어주고 싶은가요? 별 생각 없으신가요? 저는 우선 휴지를 넣지 말아야지,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네, 그러나요. 저는 저 절박한 메시지를 곧잘 배반 하곤 합니다. 딱히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손에 밴 ‘이 놈의’ 습관이, 저도 모르는 새에 휴지를 변기에 톡 넣어버리고, 동시에 마음 속 장탄식을 내뱉죠.

    습관이 뇌와 신경과 근육을 오가는 연락체계를 교란 시키기를 여러 번, 오늘은 다행히 휴지를 휴지통에 잘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마다, 습관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돼요.

    좋은 습관은 저를 살리고 나쁜 습관은 저를 죽일테지만, 선악의 가치와는 별개로 기술과 시설의 발달에 따라 현대에 익힌 저의 습관은 구식 건물의 화장실 관리자님을 괴롭게 하고 있으니 참 죄송하달까요.

    혹시나 오늘도 뚫어뻥을 손에 들고 절망하거나 시설관리팀에 전화를 걸어야 했던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글이 쳐 써있는데 눈깔이 동태라서, 글을 안 쳐읽어서, 문해력이 수준 이하라 공지사항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 이 우라질 손이 그저 습관대로 뒷처리를 하다 그렇게 되었음을 양해 바라겠습니다.

    혹여 다음에 또 비슷한 안내를 본다면 정신 ‘단디 채리고’ 손을 컨트롤 하도록 해 볼게요.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이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베지 않은 벼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중부보단 산이 푸르네 싶었지만 집집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을 보면 가을은 남쪽에도 와 있음이 선명했습니다.

    몇해 전, 술을 못 하는 이모께서 이건 맛있더라 하신 와인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두어병 가져가서 함께 나누었는데 숙모들까지 좋아해 주셔서 고작 으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으쓱했던 마음 머쓱하게, 집안 어른이 많은 곳에 있으니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큰애기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보험의 복잡한 사정으로 제가 운전할 수 없는 차에 내내 실려다니거나, 진한 국물의 국밥을 맛 보거나, 구수한 소고기와 전어회가 빛났던 저녁, 제가 쓸 수 있게 늘 준비된 침대, 저를 꼭 먹이겠다고 별러왔다는 매운탕, 그리고 한아름 받아온 대추와 홍시까지… 그 어느 것도 제가 스스로 구해야 했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끔 무거운 것을 들어드리는 것으로 철든 척을 해보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 처럼 익숙한 몸놀림으로 크고 작은 배려를 턱 턱 내놓는 그 손길이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 것 까지 숨길 수는 없었죠.

    밖에서는 어찌 알아서 살아가든, 당신들 곁에 있을 때만은 밖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기대게 해 주는 그 몸짓에는 어떠한 가식도, 거리낌도, 거추장스러움도 없었습니다.

    비빌언덕이 최고구나, 씩 웃으며 잠시 힘을 빼고 슬쩍 기대본 기억으로 언젠가 저도 숨쉬듯 배려를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