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나름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를 닦고 방으로 들어왔어요. 침대 위에 던져진 책을 보니 ‘맞다 저 책 단편 하나 더 읽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곧 이어 협탁에 놓인 노트북을 보니 블로그도 오늘자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정주행 중인 영쉘든도 한 편 봐야겠죠. 흠 그런데 벌써 밤 10시가 넘었고, 하루 끝에 고단함은 몰려오고 있고… 급기야 난데없이 저를 질책합니다. 대체 오늘 뭘 한거죠?
질책을 들은 제가 항변합니다. ‘아니… 내가 뭐 종일 놀았냐고. 집안일도 하고 점심 약속도 있었고 분명 책 들고 나가서 틈틈이 읽었고 물론 예기치 않게 떠오른 앨범을 듣고 웹서핑도 했지만… 모처럼 들은 노래에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 웹서핑은 언젠가는 필요했을 일이었다고. 아무튼 하루를 바쁘게 보낸 증거로 지금 꽤 피곤하지 않냐고?!’
저와 제가 옥신각신 하는 걸 들은 제가 한 마디 얹습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오늘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은 우선순위로 정해두고 먼저 하지 않으면, 꽤 높은 확률로 그 일들을 이룰 수 없을 거고, 결국 후회하며 꾸벅꾸벅 졸게 될 거. 우린 다 알고 있잖아.’
이 대화를 지켜보던 제가 황급히 옵시디언을 엽니다. 오늘자 파일을 열어보니 역시나 ‘오늘 할 일’ 칸이 비어있습니다. 오전에 이런 저런 일에 밀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계획하는 시간을 대차게 패스했네요. 이런 날의 끝은 너무도 명확하고 투명해서 그 너머에 대마도가 보일 지경입니다. (응?)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말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난 동작이 좀 빨라. 그래서 할 일이 뭔지 생각하고 정리해서 적을 시간에 벌써 그걸 다 해치우는 걸.’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요. 다만 하루에 할 일을 적고 우선순위를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실제로 1분 정도. 단 한 번도 3분을 넘긴 날이 없었어요. 그리고 할 일 우선순위 정리를 한 날의 완성도와 만족도가 안한 날 보다 훨씬 높죠.
‘하루의 완성도가 뭐 어쨌다는 말이냐’ 하던 때도 있었지만요, 하루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내는 것이 저에게는 가늠할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이젠 너무 잘 알고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챙겼는데, 그러다가도 하루 놓칠 수 있는 거죠. 괜찮아요. 다시 하면 돼요. 내일 아침엔 그 1분을 꼭 챙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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